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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주총」의 결산|주요 기업의 70년도 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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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0여개 증시 상장 법인을 포함한 대소기업체들의 70년말 결산 주주 총회가 지난 2월중에 모두 끝났다. 해마다 있는 행사지만 이번 주총은 특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개막됐었다. 긴축과 불황 속에서 작년 한햇동안 각 기업이 치러야했던 시련의 내용이 이번 주총의 취지 결산과 인사 이동의 양면에 구체적으로 반영되리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먼저 수지면을 보면 엄청난 수지 차가 눈에 뛴다. 자본금 규모에 큰 차이가 있으니까 획일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불합리하다고 해야 하겠으나 자본금 1억원 이상의 비교적 대규모 기업 약 1백개를 골라 그 결산 재무제표에 나타난 지난해 이윤 동태를 종합 분석해 본 결과는 한전이 순익 98억9천1백만원으로 절대액면에서 가장 많은 이익금을 올린 회사로 나타났으며, 석공은 반대로 가장 많은 결손 (23억3천1백만원)을 낸 업체로 기록됐다.
삼양식품·동국제강·한국주철관·반도상사·영풍광업·종근당의 경우처럼 한해 순익 규모가 자본금을 훨씬 상회한 업체가 있었는가 하면 삼호공업과 동양「시멘트」계의 동양건설진흥, 그리고 자본금 1억원 미만이지만 한국 「산토리」·금강융단 같은 회사들은 결손액이 자본금을 능가했다.
자금 규모의 상위 「랭킹」을 거의 모두 대기업인 국영기업들이 점거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결손 업체 속에는 순수한 민간 기업들도 다수 끼어 있다.
즉 흑자 운영 업체의 「랭킹」은 한전을 선두로 해서 유공 (38억5천만원) 중석 (31억5천4백만원) 영남화학 (3비·29억6천7백만원) 진해화학 (4비·24억7천6백만원) 충비 (18억9천7백만원) 등이고 민간기업 중에서는 결산 내용이 공개된 것으로 신진자동차 (9억5천2백만원)가 많은 지리를 두고 이를 추적하고 있는 정도인데 반해 적자 업체는 별표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석공이나 조공·호비 말고도 삼호방직·동양건설진흥·성신화학, 그리고 지금은 동양 「나일론」에 흡수돼 버린 전한일 「나일론」 등 순수한 민간기업들로 혼성돼 있다.
업체마다 고유한 사정이 있겠지만 아마도 이것이 지난해 불황의 한 단면이 아닐까 짐작되는데 편의상 결손 업체들을 소유 또는 경영 형태별로 나누어보면 ①국영기업체 ②민영화한 전국영기업체 ③산은 관리 업체, 그리고 ④순수한 민간기업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충비와 3, 4비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한비까지 69년에 이어 지난해에 2억6천여만원의 흑자를 냈는데 유독 호남비료만 계속 엄청난 적자 속에 허덕이고 있는 이유는 시설의 노후화와 무리한 사업 확장이 빚은 차관 등에 기인한 것으로서 좀처럼 헤어날 가망이 희박하다.
불실 기업으로 정리되어 산은에 이관된 인천제철은 기계 성능 보장 문제 때문에 정상 가동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주인이었으며 조공·해공과 한국 기계 등 민영화 업체의 계속된 부실 경영이 주목을 끌었다.
결손 업체들의 면모를 훑어보면 지난해에 특히 시련이 컸던 기업 「그룹」을 대충 분간할 수 있다.
삼호 「그룹」은 방직·무역·공업 (봉제품)·경북 염색 가공 등 산하 4개 업체가 한결같이 적자였으며 신진 「그룹」에서는 한국 기계 말고도 신원개발이, 그리고 쌍룡계의 금성산업·금성해운, 선경계의 산업·화섬·울산 직물 등이 비록 많진 않지만 결손을 냈다.
인천 공사 현장에서의 도괴 사건으로 세간에 떠들썩했던 이양구씨의 동양 건설 진흥이 이미 지적했듯이 적자였으며 부도에 이어 구제 금융 좌절, 회사 정리 절차 개시 신고 등으로 빈번히 화제에 올랐던 김영구씨의 풍한산업도 예외 없이 다시 명예롭지 않은 대열에 끼였다. 개풍 「그룹」의 일원이었던 이회림씨의 동양화학, 단사천씨가 관여하고 있던 한일「나일론」, 그리고 「시멘트」 업계의 「뉴페이스」로 지난해 초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갔던 성신화학 (대포 김상수)의 적자 경영도 수긍이 가는 일이다.
결손 업체에서는 논의의 대상이 안되는 얘기지만 흑자 업체 중 증시 상장 법인들의 주주 배당율은 대체로 69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한가지 특기할만한 현상은 대한제분의 1백%, 중석의 25% 무상주 배당을 예외로 친다면 현금 배당율이 점차 20% 내외 수준으로 평준화하고 있는 점이다.
즉 69년에는 최저 2% (낙희 보통주)에서 최고 60% (미원)까지, 그리고 50% (한국주철광) 46% (서울 미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한 업체가 있었는데 70년에는 그 폭이 5% (금성사 보통주) 이상 35% (서울 미원) 범위로 축소, 대체로 평준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음은 인사 면인데 이번 주총 인사의 특징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조용했다는 점이었다.
으례 이맘때면 치르곤 하는 국영기업체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층의 대폭적인 이동이 없었을 뿐 아니라 최근 2, 3년간 흔했던 세대 교체도 없었다. 전자는 정부가 가급적이면 동요 없이 선거를 치르자는 배려 때문이라 하겠고, 후자는 지금 세대 교체를 단행하기에는 기업이 직면해 있는 여건이 너무 어렵다고 본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따라서 한전, 보증보험, 남한제지, 삼양사, 대한철광, 관광공사, 유공, 인천제철, 한국기계 등 많은 기업의 임기 만료 사장 혹은 중역 대부분이 유임됐으며 최고 경영자가 교체된 회사는 재보공사호비, 진해화학 정도였는데 이 경우도 대개 공천 아니면 전직으로 인한 공석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수평 이동은 적지 않았으며 이점이 바로 이번 주총 인사의 또 하나 특징이었다.
삼성 「그룹」에서 대규모의 수평 이동이 단행된 것을 비롯, 조공·삼양·낙희 등 여러 「그룹」에서 중역진의 방계기업 내 교류가 있었다. 특히 낙희 「그룹」은 주총이 모두 끝난 뒤인 지난달 26일 사장과 전무급의 대이동을 단행했는데 이를 가리켜 「구씨 수단의 후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드러난 이동 내용만으로는 단순한 수평 이동 이상의 의미를 첨가하기 어렵다.
끝으로 유임이 상식처럼 됐던 이번 인사에서 부장급 직원의 이사 혹은 감사에 승진 기용된 예가 적지 않았던 것은 퍽 고무적인 현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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