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몸부림 한국의 가족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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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핵가족이라는 말이 서투르지 않게 통용되지만 과연 한국의 가족제도는 어디까지 왔을까.
월간지 여성중앙이 지난 2월 독자들 9만3천4백6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가정들은 아직도 대가족의 울타리 속에서 핵가족적 성격을 띠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족 수는 7인 이상이 가장 많아 36%를 차지하고 다음이 5인(19%), 6인(17%)의 순이다. 6인 이상의 대가족이 절반을 넘는 셈이다. 노부모와 함께 산다는 가정이 63%. 위의 가족 수에 대한 결과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나 가사결정권은 부부공동이 가장 많은 43%로 부부중심의 핵가족적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금전관리권은 누가 갖고 있는가 라는 설문에 남편이 17%, 아내 36%, 부부공동이 44%를 차지한다.
장남의 분가에 대한 의견은 찬성이 26%. 경우에 따라가 64%를 차지하고 차남의 부모부양의무는 있다고 보는 측이 31%, 경우에 따라 다르다가 64%로 서구적인 핵가족보다는 다소 융통성 있게 부모에 대한 효도를 잃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다. 특히 출가한 딸이 친정부모를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63%를 차지하여 출가외인의 종래 개념을 넘어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자기가 늙었을 때 분가시킨 아들에게 부양을 의탁하겠는가 라는 물음엔 그때 봐서 하겠다가 55%, 의탁하겠다가 14%로 전통적인 관념을 크게 깨지는 못하고 있다.
희망하는 자녀의 수는 2남1녀가 50%로 압도적, 다음이 2남2녀(25%)인데 아들을 원하는 경향이 재미있게 작용하고 있다. 1남1녀를 원하는 사람은 1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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