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야구장 (하)

중앙일보

입력

구장효과(Park Factor)는 대구구장에서 홈런이 될 수 있는 타구가 잠실구장에선 깊은 플라이아웃이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구장 간의 차이에 관한 것이다. 일본야구장들은 돔이 많고 서로 비슷한 기후권에 위치해 구장효과는 기후보다는 구장크기에 주로 좌우된다.

일본에서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으로는 히로시마 시민구장, 요코하마 스타디움, 야쿠르트가 사용하는 진구구장, 그리고 도쿄돔을 꼽을 수 있다.

1957년에 만든 히로시마 시민구장은 좌우 91.4m, 센터 115.8m로 일본 프로야구장 중 가장 작은데다 예전 측정기준이라 2002시즌 공동다승왕 케빈 호지스 (야쿠르트)는 히로시마 구장에선 플라이아웃 될 타구가 차이니즈 홈런 (펜스를 살짝 넘기는 홈런)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불평하며 펜스길이 재측정을 요구하는 일도 있을 정도였다.

1978년에 지은 요코하마 스타디움도 좌우 94m에 센터 118m, 1926년에 지어 제일 오래된 진구구장은 좌우 90m, 센터120m로 작고 펜스도 낮은 구형구장이니 홈런공장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의외인 것은 88년에 만든 좌우 100m, 센터 122m의 도쿄돔에서 홈런이 쏟아져 나온다는 점이다. 타선이 좋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이란 점을 감안해도, 요미우리와 같이 도쿄돔을 홈으로 사용해온 니혼햄 파이터즈, 또한 센트럴과 퍼시픽리그의 원정팀들도 도쿄돔에서 많은 홈런을 뽑아내고 있다.

도쿄돔에서 홈런이 많이 나오는 원인은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실내구장이라 역풍이 존재하지않고 내부가 건조한 관계로 뜬 공이 습한 야외구장보다 더 멀리 간다는 것인데, 이는 다른 돔구장도 마찬가지이므로 결정적인 이유라 볼 순 없다.

두번째, 실제 거리가 표시 거리보다 짧다는 점이다. 미·일 친선경기때 미국 측이 도쿄돔의 좌우측 거리가 짧다고 느껴 좌익 쪽을 실제로 재보았는데 100m가 아닌 91m가 나왔다고 한다. 공식적인 기록은 아니지만 오차가 이렇게 크게 난다면 기록수치에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세번째, 대부분의 구장은 좌우와 중앙사이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지만, 도쿄돔은 좌우와 센터를 직선으로 만들어놓았다. 당연히 좌중간, 우중간의 거리가 짧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일본 최초 돔구장의 비밀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타자들이 홈런을 치기 힘든 구장으로는 주니치의 나고야돔 (좌우 100m, 센터 122m), 한신의 고시엔구장 (좌우 96m, 센터 118m), 다이에의 후쿠오카돔 (좌우 100m, 센터 122m) 등이다.

고시엔구장과 후쿠오카돔은 양익과 센터를 둥근 원처럼 해놓아 좌.우중간이 무척 깊다. 고시엔의 경우 예전엔 럭키존이 튀어나와 있었지만, 92년에 없어진 후로 더욱 홈런을 보기 힘들게 되었다. 봄,여름에 고시엔 구장에서 고교야구 결선이 열리는데, 좌·우중간 사이로 빠지는 타구는 어김없이 3루타가 나온다.

나고야돔은 주니치 구단의 야구방식까지 바꾸어놓았다. 96년까지 작은 나고야구장을 사용하던 주니치엔 오치아이 히로미츠, 야마사키, 다이호같은 홈런타자들이 장타력있는 야구를 했지만 97년 나고야돔이 생긴 뒤로는 주니치구단은 교타자, 중거리타자를 많이 사용하는 야구로 탈바꿈했다.

현재 내야-흑토, 외야-천연잔디 구장은 전통의 고시엔구장과 히로시마 시민구장 2개밖에 존재하지않는다. 흑토와 천연잔디를 자랑했던 오릭스의 고베 그린 스타디움도 외야에 인조잔디를 깔아 인조잔디는 일본구장의 대명사가 되었다.일본에서 인조잔디를 많이 쓰는 이유는 비가 많이 내리는 관계로 구장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인조잔디를 대거 사용함에 따라 일본의 야구가 달라지는 점이라면 수비스타일, 타구의 결과변화이다.

인조잔디에선 땅볼타구가 빠르게 굴러오기 때문에 내야수들은 주로 뒤에 위치한다. 바운드가 불규칙이 별로 없이 깨끗하게 와 실책 수는 줄어들게 된다. 또한 외야수들은 스타트 후 가속력이 생겨 펜스를 넘기지 못하는 뜬 타구들은 코스가 좋더라도 외야수에게 잡힐 때가 많다.

그러나 빠르게 날아간 땅볼이나 직선 타구는 외야수가 미처 쫓아가지못해 2루타 이상의 장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그리고 찰과상때문에 외야수들이 접전때 다이빙을 하기 어렵다.

인조잔디의 특징이자 가장 좋지않은 점으로는 야수들이 달릴때마다 무릎에 조금씩 충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때문에 최근 일본에선 인조잔디 중에서도 가장 천연잔디에 가까운 제품으로 조금씩 교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야구장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면, 역시 팬들의 쾌적한 관전을 위해 지은 구장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일본구장들은 모두 파울라인을 넓게 만들어놓아 대부분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보다 시야가 좋지않다.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구장 내 식당이 있고, 깔끔하게 만들긴 했지만 그것은 평균 3시간동안 다른 선택권을 제쳐두고 야구를 보는 팬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필수요소일 뿐이다.야구장이 갖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야구팬들이 얼마나 가까이, 좋은 시야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가에 있다.

문현부 명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