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기 경제예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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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은행은 『주요기업의 단기경제예측 및 설비투자동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1·4분기의 경제활동이 안정화정책과 계절적 요인을 반영하여 작년 4·4분기보다는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나 여전히 상승국면에 머물러 있을 것이며, 2·4분기엔 계절적 요인과 경제환경의 호전으로 더욱 상승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금사정을 내다보면서 2·4분기에는 기업의 사채가 감소하는 한편, 현금보유와 기업간 신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김성환 총재의 기자회견을 통한 이러한 발표는 다분히 작년이내의 극심한 자금난과 불경기가 2·4분기에 접어들면서 현저히 완화·호전될 것 같은 낙관적인 인상을 던져주었다고 할 것이다.
한은이 정기적으로 조사·공표하고 있는 이 단기예측은 8백개의 주요기업체를 대상으로, 매우 단편적인 앙케트 방식에 의해 집계한 기업인들의 희망적 예상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의 경제동향을 내다보는 공식적인 한은의 안목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을 통하여 기업이 정부의 안정화정책에 대응하여 설비투자자금조달을 위한 대 금융기관차입금의존도를 많이 줄어들게 하는 대신, 자체자금의 동원능력을 강화하고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음을 흥미 있게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기업인이 생산·판매·투자면에 걸쳐 2·4분기이후의 기업환경을 비교적 낙관하고 있으나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제한적」 통화신용정책의 현실이나, 국내수요 및 해외수출시장동태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안팎의 제여건을 고려할 때, 실상 주기적인 계절요인을 빼놓고는 아무런 고무적인 요인도 찾을 수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짐작컨대, 재계일각에서는 비경제적측면으로 앞으로의 선거바람을 예상하면서 「제한적」통화정책의 실질적인 완화에 기대를 걸고, 일시적이나마 자금난이 상당히 해소되지 않을까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실상을 안정계획에 의하면, 국내여신증가폭은 작년도와 같은 수준인 25%로 규제하고 있고, 또 공급면에서도 상반기와 하반기를 되도록 평준화할 것으로 되어있기는 하다. 선거기 경제의 특수성에 비추어 비록 하반기에 가서 통화환수에 안간힘을 쓰는 한이 있다 할지라도 상반기 중에 여신한도를 초과하는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려는 견해가 이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희망적 관측을 부채질하면서 자금경색과 불경기에 허덕이고 있는 기업환경이 별안간 호전될 것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개재되고있는 것이라면, 통화신용정책면에서 경제 및 기업활동을 올바르게 이끌어가야 할 중앙은행당국은 두서는 매우 유감된 자세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은은 선거기 경제의 과열현상에 대응하여 어떠한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있다하더라도 건전 통화 관리의 책임을 지면서 이를 물리쳐야 하고 또 설사 기업 측이 희망적 예상에 들떠 있다 할지라도, 일관성 있는 통화신용정책의 위치를 명백히 하면서 기업활동의 적응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냉철한 경고와 방향제시를 해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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