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당수, 구체제유지…김 후보, 폭넓은 개편희망|주류세력 재편 징조…선거지도력 집중에 문젯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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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민당은 선거대책기구지휘부(운영위의장단·선거본부장 및 차장)를 구성한지 40여일 만에야 실무부서를 임명, 공천 심사위 구성과 함께 선거체제정비를 끝냈다.
신민당의 선거대책기구는 한마디로 유 당수-김 후보의 이른바 쌍두마차를 밀고 나가기 위한 잠정적 조화체제. 이점은 비주류인 김대중씨가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뒤 주류인 유 당수와의 관계에서 불가피했으며 특히 이번 실무진구성을 통해 더 뚜렷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인선과정에서부터 당수와 후보의 의중은 달랐다. 김 후보는 선거의 주역이란 점을 강조, 자신의 의사에 따른 폭넓은 개편을 요구한데 반해 유 당수는 되도록 평상체제의 유지를 희망했다. 특히 김 후보는 대변인에 송원영 의원, 조직국장에 이용희씨를 희망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 조직관리와 선거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조직국장을 유 당수 직계의 유치송씨에 이어 역시 정규헌씨를 앉힌 것으로 보아 유 당수가 당권에 영향력을 계속 갖고있음이 나타났다. 또 건국지역구의 득표책임자인 공천자(선거대책위원장) 인선을 맡은 10인 공천심사위도 사실상 6대4로 주류 쪽이 우세(주류=양일동 윤제술 김영삼 이중재 김재광 박영록, 비주류=정일형 이철승 김원만 김응주)한 점으로 보아도 그러하다.
따라서 실무부서를 통한 당권운용과 선거 전략과의 컨트롤은 선거를 앞둔 신민당의 큰 과제로 되고 있다. 선거기간 중 사실상 유명무실한 원내총무의 경질문제로 일어난 파문은 특히 당내의 힘을 선거전에 효과적으로 집중시키기 어렵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스스로 일으키게 했다. 유 당수 김 후보 정본부장이 원내총무 경질에 일단 합의했었다고 하지만 l8일 인선내용이 누설된 것을 이유로 발표가 보류된 사실은 앞으로 지도층의 보조일치와 지도력발휘에 문젯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번 인선과정에서 관심을 끈 것은 주류계 안의 양일동운영위부의장이 박병배씨를 원내총무로 밀었다는 얘기 등 영향력을 꽤 행사했다는 얘기와 함께 같은 주류의 고흥문 부의장 김영삼씨 등이 정해영씨의 유임을 유 당수에게 강력히 요청한 사실이다. 이런 양상을 주류계의 세력재편 징후로 보는 측도 없지 않으며 이것을 선거 뒤의 당권포석과 관련시켜보는 견해도 있다.
아뭏든 이번 선거기구인선은 총선준비라는 목적 외에 많은 당직자들의 반발에서부터 당 지도층의 협조체제문제, 그리고 계보간의 새로운 거리조정 등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문젯점을 제기했다.<윤기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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