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에 공포의 핵 경보 40분|육군 성 착오로 빚는 전쟁상태 소동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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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플로라도스프링즈(콜로라도주)20일AP동화】미 전국의 수십 개 라디오 및 TV방송국들은 20일 상오 닉슨 대통령이 북미에 대한 적의 미사일 공격 아니면 폭격을 경보하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는 잘못 전달된 통보를 뉴스용 텔리타이프를 통해 받고 즉시 이를 보도한 후 방송을 중단하여 대기함으로써 40분 동안 전 미국을 불안·공포 및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방송국들이 정규 프로를 중단하고 비상사태선포뉴스를 전하자 미국 시민들은 미국이 적의 공격을 받은 줄 알고 『진주만의 재판』이라고, 큰 충격을 받았으며 방송국에는 확인전화가 빗발치듯 걸려와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큰 혼란을 일으켰다.
이 실수는 미 육군의 한 민간인기술자가 미 방위 경보망을 정기주례 시험 중 테이프를 잘못 사용함으로써 빚어졌다.
사용된 테이프에 『시험』임을 알리는 말이 빠져 진짜 경보로 착각된 것이다.
이 경보는 이곳 부근의 샤이엔 산에 있는 전국경보센터의 기술자들에 의해 AP와 UPI통신의 방송 뉴스 텔리타이프에 직결되어 즉시 각 방송국에 전해져 보도되었으나 20일 상오 9시33분(한국시간 하오 11시33분)에 밝혀졌다가 40분 뒤인 21일 0시13분(한국시간)에야 취소되었다.
비록 경보가 잘못 나가기는 했으나 북미에 대한 미사일 공격 또는 폭격을 예보하기 위한 이 경보에는 갖춰야할 모든 소정요건을 정확하게 갖추고 있었으며 게다가 방송국이 경보를 전하고 방송을 중단하기에 앞서 참고해야할 편람에 2월20일이 틀림없음을 명시한 암호글자 헤이트풀니스(증오)까지 들어있었다.
그러나 일부 방송국에서는 이 경보를 처음부터 불신하고 정규프로를 계속한 곳도 있었으며 어떤 방송국에서는 확인하려고 한데도 있었고 어떤 방송국에서는 텔리타이프에 적힌 경보를 못 보기도 했다.
멜빈·레어드 미 국방장관은 즉각 이 사건의 진상조사를 명령했다고 한 보좌관이 말했다..
이 경보체제하에서 비상령을 내리거나 취소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인데 경보를 받은 방송국에서 백악관에 문의하자 닉슨 대통령은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회답이 있었다.
미 전략공군(SAC)도 이 경보를 무시하고 요격기를 출동시키지 않았다.
SAC사령부 공보관 빌·코빈 소령은 통신사 텔리타이프를 통해 알았으며 방송국에만 그 경보가 전달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샤이엔 산에 있는 전국경보센터의 책임자 L·I·스모이어씨는 육군성 소속 민간인 기술자가 부주의로 테이프를 잘못 끼워 송신했다고 밝혔다. 샤이엔 산에 있는 북미 방공군 본부이며 경보센터는 육군전략통신부대가 운영하고있다.
이 경보체제가 10여년 전에 설치된 후 이러한 전국적인 규모로 실수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경보가 발해졌을 때의 표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청크·켈리(인디애나방송국 편성부장)=경보를 받았을 때 방송국에는 나 혼자만이 있었다. 맨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은 『진주만 재판』이로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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