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찰로 넘어간 동양 … 경영 비리로 수사 정조준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동양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진위 여부와 책임 소재를 따지는 일이 결국 검찰의 손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7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특히 금감원이 “현 회장과 관련해 계열사 간 부당한 자금거래를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검찰 수사의 덩치가 당초 예상보다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제기한 자금거래 관련 위법 사항과는 별개로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 및 매매 경위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양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동양시멘트를 담보로 1570억원 규모의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를 발행해 동양증권 창구를 통해 개인투자자 등에게 판매했다. 유동성 위기가 고조된 9월의 경우 17일까지 6차례에 거쳐 970억원이 발행됐다. 이 무렵은 동양그룹이 오리온그룹에 도움을 요청했던 시기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7일 현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그룹 계열사들의 위험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은 사기”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현 회장 등이 동양그룹 CP가 곧 ‘휴지조각’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CP 발행 및 판매를 강행토록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법원은 앞서 2011년 1800억원에 달하는 CP를 대거 발행해 판매한 직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사기 혐의로 기소된 LIG건설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이 책임을 지고 복역 중인 상태다. 하지만 동양증권의 경우 투자설명서에 ‘투자부적격 채권’이라고 명시한 만큼 LIG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어 검찰의 판단이 주목된다.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의 법정관리 신청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정관리 신청 상태인 5개 계열사 중 (주)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은 일부에서 청산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재무상태가 심각하지만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이 때문에 이들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이 현 회장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법정관리의 경우 법원이 기존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해 계속 경영을 맡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동양네트웍스는 7일 법원에 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철 현 대표를 법정관리인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켰다.

 배임 여부 조사가 필요한 사안도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동양매직 매각 경위다. 지난해 12월 급전 마련용 매물로 내놓았던 동양매직은 원래 교원그룹의 인수가 거의 확정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교원그룹에 대한 매각이 철회되고 KTB 파트너스에쿼티(PE) 컨소시엄이라는 사모펀드가 새 인수자로 떠올랐다. 더구나 이 컨소시엄에 동양네트웍스가 600억원을 출자하기로 하면서 매각 대상 계열사를 동양그룹의 다른 계열사가 인수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

 이 때문에 “현 회장 일가가 알짜 계열사인 동양매직 경영권을 계속 보유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우리와의 협상을 파기한 지 1시간도 안 돼 KTB PE와의 협상 사실을 공표했었다”며 “동양이 과연 우리와의 매각 협상에 진정성을 갖고 임했는지, 이중협상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동양그룹 입장에서는 2000억원에 가까운 매각대금을 받지 못했고, 동양네트웍스는 불필요하게 600억원을 내놓아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배임 혐의에 해당할 수도 있다.

 동양네트웍스로의 자산 집중 의혹도 비슷하다. 동양그룹은 최근 들어 동양네트웍스에 자산과 인력을 몰아주다시피 해왔다. 이 회사는 계열사인 동양레저가 보유한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과 경기 안성시 골프장 등 부동산들을 1000억원 정도에 사들였다. 게다가 현 회장 장남인 승담씨가 지난 6월 이 회사 대표에 취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 회장 일가가 동양네트웍스로 사실상 그룹 자산을 집중시켜 이 회사의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박진석·채윤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