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길…유럽 영화계|파리=장덕상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럽 영화계는 지난10년 동안 관객이 반으로 줄었다. 유럽서 가장 잘사는 편인 구공시가 입국에선 69년도에만도 16%의 영화관이 문을 닫았다. 그 중 독일이 39%로 가장 타격이 컸고 벨기에 35%, 프랑스와 화란이 20%로 줄어들고 이탈리아는 6%만이 문을 담았다.
물론 영화관이 줄어들고 관객이 적어졌다해서 당장 유럽 영화계가 파산하지는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최근 몇 년 전부터 영화제작 수가 불어났고 프랑스와 독일은 정부가 적극 영리산업을 보조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한때 스파게티 서부 활극(마카로니·웨스턴)으로 활기를 띤 영화계가 68년을 절정으로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할리우드가 위기를 맞은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영화왕국은 주인을 바꿨을 뿐 9개의 미국TV 채널과 유럽 각국 TV용 영화제작으로 재기하는데 성공했다.
이탈리아는 정부의 보조가 거의 없어 고전하고 있으나 강력한 이탈리아 영화제사 및 배급협회는 이탈리아 TV에 1주 2편이상의 영화상영을 금지시키는데 성공하여 이탈리아 영화관객을 유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관객이 갑작스레 줄지 않는 이유의 또 하나는 아직도 TV없는 가정이 많다는데 큰 원인이 있다. 독일의 영화계는 질에 있어서나 양에 있어서 1차대전 직후의 위치를 한번도 회복하지 못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2차 대전으로 크게 파괴된 독일은 문화정책에 큰 비중을 둘 수가 없었기 대문이다. 영화 질이 낮고 순수 상업성의 영화인데다 TV수상기가 갑자기 늘어나고 자동차 수가 급증되어 주말이면 영화관보다는 교의로 나가기 때문에 관객 수는 유럽 서 가장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4년 전부터 서독 정부의 적극적 영화 육성정책으로 69년엔 1백23편을 제작, 영화계의 총수입은 크게 흔들리지 않아 파산의 위기에까지 이르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68년을 고비로 69년부터 영화계가 소생하는 기운이 보인다. 69년에도 관객이 9.6%나 전년에 비해 줄어들었으나 1970년 12년만에 처음으로 69년에 비해 관객이 불어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관객은 69년의 1억8천2백만명에서 70년엔 1억8천3백만명으로 1백만명이 불어난 것이다. 그리고 수입 면에 있어서도 작년엔 69년에 대비 10%가 증가되어 1억6천만 달러의 신기록을 보였다.
그러나 영화관은 여전히 줄어들어 80개가 작년에도 문을 닫았다.
작년에 제작된 영화는 1백38편. 이중 1백38편이 순수 프랑스 영화이거나 프랑스가 대부분의 경비를 들인 공동제작이고 순수 외국자본으로 제작된 것은 몇 편 안 된다.
정부의 직접보조는 줄어들었으나 간 접지원은 늘어났고 영약계의 전체투자는 8천만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프랑스 영화계의 취약성은 군소 제작자가 많은 것으로 70년에1백38편의 영화를 1백 개 이상의 제작사가 만들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1백38편의 영화중 대제사가 그룹 인 메이저에서 90%를 제작했으며 강력한 수출망을 통해 유엔 시장에 파고들어 영국의 경우 80%의 영화가 미국이 제작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영화제작회사 3백10개 중 작년에 1백36개 회사만이 영화를 제작했는데 그것도 대개가 1년에 1편뿐이다. 등록된 감독 9백10명 중 작년에 영화를 제작한 감독은 1백35명에 불과하며 영화의 수출은 여러 가지 문제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10일 아스투 불 국립영화 제작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영화검열제도의 완화, 부과세의 조정, 입장료인장, 정부의 보조증가, 국립방송국과의 협조 등으로 프랑스 영화계를 다시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어떻든 유럽의 영화산업은 무시할 수 없다. 구공시 가입 6개국만 하더라도 연간2억 달러가 투자되고 총수입은 7억5천만 달러가 된다. 칼라 TV의 증가, 멀지않아 인공위성에 의한 TV 프로그램의 폭넓은 방송으로 TV 시청자가 늘어날 것은 분명하며 바캉스·붐을 타고 여름이면 모두 휴가를 떠나기 때문에 유럽 영화계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