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0만 수용의 서울 부도심 그 공사의 문제점|한강의 지도 바꿀 잠실도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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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홍수 때마다 굽이치는 한강의 물줄기로 모래땅에 지나지 않았던 서울의 동부 잠실·송파 일대 2백83만평이 인구30만 수용의 서울 부도심으로 모습을 바꾸게된다.
잠실도와 송파 사이의 샛강에 둑을 쌓아 강을 없애고 83만평의 강폭을 매립, 신시가지를 만들려는 잠실지구 개발사업은 실제로 한강개발의 정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17일 이 개발공사가 착공된 후 하루 50대 이상의 불도저 등 중기가 투입, 물줄기 마른 하상의 모래를 파내어 옮겨놓는 제방 구축 공사가 한창이다. 이 공사 때문에 잠실도 기슭에 있는 6만여주의 포플러가 뽑히게 되었다. 또한 잠실도 주변의 사금 채광권 소유자도 나타나 신흥개척지를 연상케 하는 작은 소동도 심심지 않게 일고 있다.
잠실도와 송파 사이의 하폭 8백여m의 강은 이름은 샛강이지만 홍수 때면 이 샛강이 한강 본 줄기가 되어 잠실도를 완전히 덮고 흐른다. 광장교를 지난 한강 물은 뚝섬 자양동쪽 바위로 된 돌출부에 부딪쳐 잠실도를 덮어 흐르게 되는 것이다. 홍수 때 이 지역에 밀어닥치는 한강 물은 초당 3만6천t. 홍수 때의 범람은 해마다 이곳의 물줄기를 바꾸어놓고 하상의 길이도 바꿔놓고 있다. 이 개발사업이 완성되면 한강의 지도도 바뀌게 되며 홍수 때마다 옮겨 앉아야 했던 한강물줄기가 제자리를 차지하게된다.
2백83만평의 유휴지를 금싸라기 땅으로 만들게 되는 이 사업의 가장 어려운 점은 길이7㎞나되는 제방 구축과 83만평에 이르는 샛강의 매립작업이다.
길이 7㎞의 제방은 올해 우선 샛강을 막는 제방 구축작업부터 시작된다.
높이 21m의 제방을 샛강에 쌓고 잠실도 북쪽을 이어 탄천 입구까지 이르게되는 제방은 폭20깐의 강변7로가 되며 이 제방이 홍수 때의 한강 물을 막아내야 되는 것이다.
이 개발사업을 벌이기 위해 홍수 때의 한강수위 및 홍수량 조사를 1년 동안 벌여온 서울시는 이 일대의 홍수 때 최고수위를 19m로 잡고 높이 21m 제방을 구축키로 결정한 것이다. 19m의 홍수수위가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은 물론 한강 상류의 소양강댐, 충주 댐 등의 홍수조절 댐의 기획 및 완공에 의지하고 있다.
양탁식 서울시장이 17일 기공식을 올리기까지 서울시 각 기술국장 사이에 이 개발사업은 여러 차례 논란이 거듭됐다.
과연 샛강에 구축될 제방이 한강의 홍수량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에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곳의 지리는 ㄱ자 형으로 강줄기가 구부러져 있어 상류의 물줄기가 구축할 제방에 정면으로 부딪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결국 뚝섬 자양동 쪽 암벽으로 된 돌출산 3만평을 깎아 한강물 줄기를 완만하게 뚝섬 하류로 유도하는 공사를 함께 벌일 것을 최종으로 이 계획은 매듭을 지은 것이다. 또 하나 공사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강 한복판이었던 곳과 저지대로 항상 들던 곳을 무엇으로 메우느냐는 과제이다.
샛강 한복판이었던 곳은 무려 9m를 높여야 하며 가장 높은 곳도 50㎝ 이상을 매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실정이다.
2백83만평 중 매립을 하지 않으면 안될 곳은 83만평. 이곳에 필요한 흙은 무려 2천4백만 입방m나 된다. 잠실도 너머에 있는 모래흙을 파내어 한강 본줄기 하상을 낮게 하며 강 건너 쪽 뚝섬의 돌을 3만평을 깎은 흙을 날라다가 저지대를 메운다 해도 1천4백만 입방m의 모래흙밖에 안되어 1천만 입방m의 흙이 부족하다. 한 트럭 분의 흙이 3, 4입방m밖에 안 되는 것으로 본다면 얼마나 많은 양이 필요한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윤진우 서울시 도시 계획 국장과 이종윤 한강건설사업소장은 매립에 필요한 흙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대해 한달 이상 골치를 앓은 나머지 매립 흙 조달 세부계획서를 만들어 공사담당자에게 넘겼다. 어느 지점의 흙을 파내어 어느 지점에 매립을 한다는 숫자로 표시된 계획서다.
양탁식 서울시장은 1백70억원이나 필요한 이 사업을 불과10억원밖에 안 되는 구획정리사업비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경인개발이라는 민자유치로 완성키로 했다.
경인개발은 현대·대림·동아·삼부 등 4대 건설회사의 합자회사, 고속도로 건설업자로서 이미 경인고속도로 건설 때 공사를 맡았던 이 경인개발은 4개 회사의 유휴장비를 최대로 활용, 우기전인 오는6월20일까지 제방축조공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강 물줄기를 가로막는 공사이기 때문에 우기에는 공사를 못하게되며 10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가공사의 최적기. 우기인 3∼4개월은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이 개발사업으로 이룩되는 2백83만평의 대지에 15만평을 확보, 국제규모의 종합경기장을 건설하며 체육대학·체육고등학교·수촌 등 스포츠·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서울시의 개발공사 착공으로 땅값이 평당 4백원에서 2만원으로 마구 뛰어오른 이곳 일대의 사유지는 88만평. 서울시는 이 개발사업에 감보율 45.25%를 적용, 약 44만평만을 사유지주에게 환지해 주게 된다.
이 일대의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지주에게 환지해 준 44만평을 뺀 2백30여만 평이 남게되는데 89만8천4백 평을 도로·제방·종합경기장·유휴지·공원·학교·시장 등 공공 용지로 사용하고 나머지1백50만평을 매각, 공사비로 충당한다.
서울시는 개발후의 이곳 짓가를 평당 1만9천원으로 잡고있는데 1백50만평을 팔면 공사비1백70억원을 빼고도 1백억원이 남게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잠실대교 공사비 20억원, 그리고 영동지구와 잠실지구를 연결하게될 탄천의 청담교 등 많은 시설물을 설치하게 되면 순이익은 사실 계획 계산처럼 그리 남게될는지는 의문이다. 서울시는 이 개발사업에 공사기간을 3개년으로 잡고 서두르고있는데 이곳에 경리될 한강의 하폭 1천2백m가 한강의 수량을 과연 감당해낼 것인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2백83만평의 개발사업이 완성되면 홍수 때마다 침수지역을 면치 못하던 성동구 신천동·잠실동·송파동 전역과 풍납동·이동·방막동·석촌동·삼전동·삼성동 등이 밝은 햇볕을 보게된다.<양태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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