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폭격 실효 적은 호 통로|AP기자의 현장 답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호지명 루트에서17일AP동화】호지명 통로를 면밀히 들여다본 사람이면 그것이 어째서 간단없는 미군 기들의 폭격에도 끄떡하지 않았는가를 알 수 있다.
호지명 루트란 공산월맹으로부터 자유월남과 캄보디아로 뻗은 대로·소로·샛길이 엉킨 월맹군 보급로를 말함인데 정글로 가려지지 않은 곳에는 인위적인 위장이 철저히 시공되어있다.
월남군의 남부 라오스 진공으로 이 루트의 일부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됐는데 기자들은 이 루트에 관해 들은 바도 많았으나 막상 현장을 목격하고는 그 정교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호 루트란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며 교묘하게 닦아놓은 맨길이 높은 곳·얕은 곳·파진 곳을 가리지 않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뻗은 끝없는 통로였다.
한줄기의 리번과도 같은 이 적갈색의 맨길은 울창한 정글 잎에서 잠시 자취를 감추었는가 하면 2, 3마일 떨어진 계곡이나 산 서너 개를 넘어서 또다시 이어지곤 했다.
갈림길이나 교차로가 육안으로 보이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천연적 또는 인공적 은폐물로 철저하게 가려져 있었다. 루트의 어느 부분은 베트남의 일반도로보다 더 훌륭히 닦아져있었으나 동부 라오스를 그린 미 군사 지도에는 이들 도로가 전연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이 미로 요소요소에는 무기·탄약·식량·기타 보급물자를 하역하고 베트남국경으로 환적하거나 남으로 직송하기 위한 창고·하역장이 수없이 산재해있었다. 월남군은 이런 지역하나에 기자들을 안내했다. 기자들이 도착했을 때는 물자의 대부분이 이미 소각된 후였으나 그 하역장이 얼마나 전문적인 하역장이었는지는 문외한인 기자도 눈으로도 당장에 알 수 있었다.
그곳에는 대로에서 갈라져 들어온 트럭전용로가 수없이 굽이쳐 있었으며 이 트럭로들은 많은 물자저장용 벙커와 연결되어 있었다.
도로표지가 여러 지명과 방향을 가르치고 있었는가하면 농땡이를 부리다가는 엄벌을 받는다는 경고판까지 눈에 띄었다.
저공정찰기로부터 창고를 가릴만한 천연 은폐물이 부족한 노출지역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대나무의 위장물들이 도로 위에 쳐져있었다.
싱싱한 나무가지로 만든 은폐물들은 울창한 정글이 마치 계속 뻗어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족했다. <마이클·푸첼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