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뱅크·론으로 활로 찾는 산은의 개발투융자 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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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바닥이 난 산은의 투융자재원 조달을 위해 일본으로부터 5천만불의 뱅크·론 도입을 교섭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은행 차관은 작년 말부터 재무부가 일본대장성과 사전교섭을 벌여왔으며 최근 부사·일본 권업 등 몇 몇 일본은행이 이에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구체적인 절충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이 실현되면 한국이 일본에서 뱅크·론을 들어오는 첫 케이스가 된다.
당초에 산은은 일본의 자본 수출이 하나하나 모두 일본대장유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음을 고려, 차관 선을 일본계 은행의 구주 및 미국지점으로 내정한바 있으나 최근 일본의 자본 자유화가 급속히 진전됨에 따라 직접 일본은행으로부터의 차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 차관교섭을 위해 김 총재가 이미 작년 말부터 2,3차 일본을 방문, 대장성·일본은행, 그리고 몇몇 외국환은행 고위층들과 협의를 벌여왔는데 알려진 바로는 우리측이 제시한 조건이 10년 상환의 유로·달러 금리에 수수료를 첨가하는 선에서 제의되었고, 일본측은 상환기간을 5년으로 줄일 것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차관조건의 절충과는 달러 도입창구를 어느 채늘로 할 것인지, 즉 산은이 직접 차주가 되고 외환은행이 지보 할 것인지, 아니면 외환은행이 직접 차입, 이를 산은에 전대할 것인지는 아직 경부방침이 결정되지 않고 있으며 더우기 이 뱅크·론을 올해 외환수급 계획에 계상된 뱅크·론 4천만불, 유로·달러 2천만불 등 장기자본수입에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도 확정되지 않고 있다.
경위야 여하튼 이번 현금차관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비단 이것이 일본으로부터의 첫 은행차관이라는 점 이외에도 지금까지 몇몇 업체가 들여왔던 현금차관이나 정부 베이스의 유로·달러 차입과 미국 은행 차관 등이 내자조달용이나 외환보유고·국제 수지 등의 관점에서 추진되었던 점에 비해 이번 케이스는 개발금융 투융자재원 조달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남 재무장관은 이 차관이『그리 급한 것이 아니므로 조건이 유리하면 들여오겠다』고 매우 여유 있게 말하고 있으나 기실 사정은 그리 한가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자·재정자금대하·산금채 발행 등을 통한 신규투융자재량조달이 거의 한계점에 이른 산은으로서는 올해 신규재원의 태반을 의존해야할 이 차관의 타결이 시급한 것이다.
차관교섭지연으로 이미 법정기일을 3개월이나 넘긴 올해 산은업무 계획 중 정부지원이 확정된 것은 ▲출자 24억5백만원(현금출자5억원·전체출자19억5백만원) ▲재정자금대하 금1백53억5천6백만원 등 모두 1백77억6천1백만원으로 작년의 2백82억원(출자1백68억윈·재정자금대하 1백14억원)에 비해 1백5억원이 줄어들었다. 산은은 이밖에도 ▲산금채 발행 1백40억원 ▲회수자금 1백억원 ▲차관자금 1백50억윈 등을 계상하고 있어 이를 포함해도 총 규모는 5백60억원으로서 전년도의 6백50억원보다 근1백억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더욱이 ①정부 출자 중 현금출자는 5억원 뿐이며 나머지 19억5백만원은 석유화학과 준설선 차관 원리금 상환을 위한 전체출자이며 ②올해 상환해야 할 산금채 원리금이 1백76억원이나 되고 ③1백억원으로 계상한 회수 자금도 그 전망이 밝지 못한 현재로서는 올해 신규투융자재원의 거의 전부를 이 일본은행 차관에 의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따라서 산은은 차관 도입이 확정될 때까지 당분간 기출 자분, 대하금, 그리고 회수자금만에 의존하는 제한적 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도상국의 개발은행이 투융자재원을 외국차입에 의존하는 예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는 거의가 국제금융기구로부터의 장기저리차관이며 차입조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상례이다. 특히 저리의 산업자금 공여라는 개발금융 본래의 사명에 비추어서도 작년의 유로·달러 도입에 뒤이은 단기·고리의 일본은행 차관도입 교섭은 극히 많은 문젯점을 지니는 것으로 그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김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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