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소년의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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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3일 서울형사지법 항소2부는 김대중 의원 댁 폭발물사건으로 구속했던 15세 소년 김홍준군의 구속적부심사청구를 고려병원에 출장 심사하여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석방을 결정하였다. 이로써 서울지검당국은 수사에 장애가 많다고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듯 하나, 일반 사회에서는 이 석방결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이 사건이 장차 어떠한 귀결을 가져올 지에 대해서 구구한 억측들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이번 적부심의 결정은 엄격히 말해서 피구속자는 단지 『도망하거나 증거를, 없앨 염려가 없음』을 이유로 우선 신병의 석방을 명한 것이요, 검찰이 끝내 김 군을 피의자로 기소하게 되면 사건은 다시 재판을 통해서만 흑백이 가려질 것인 만큼, 이런 경우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보면 딱총화약폭발이라는 하찮은 사건을 가지고 정국이 장기간 과열을 극치 못할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금 여야의 냉정 회복을 촉구하면서, 국민들도 이 사건을 에워싼 근거 없는 유언비어 등에 현혹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것임을 당부, 하지 않을 수 없다.
원칙적으로 말해서 범죄수사라 할지라도 미성년자의 구속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정신은 성인이라 할지라도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 사람은 불구속으로 기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하물며 형사무책범 연령을 몇 달밖에 남기지 아니한 15세 소년을, 특히 이번 사건과 같이 정치성이 농후한 사건에서 구속조사한데서 문제는 더 시끄러워졌던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떠나서라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함부로 신청하는 경향은 차제에 원천적으로 반성되어야할 것이다. 법원통계에 의하면 구속적부심사를 석방한 사건의 50%이상이 적부심에서 석방되고 있다고 하니 검찰의 구속이 신중하지 못한 실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판사들의 구속영장발부에도 문제는 있는 것 같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가 주심이 되는 적부심에서 50% 이상이 석방된다고 하는 것은 영상담당 판사들이 영장발부에 신중을 기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판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유죄의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는 피의자나 피고인은 무죄의 추정을 받고 있으니 원칙적으로 불구속으로 심리하고 유죄판결의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검찰이 구속기소를 항례로 하는 것은 피의자들이나 피고인들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일이 많은 현실 상 부득이한 일이라고 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검찰이 경찰에 대한 지휘만 똑똑히 하면 도피중인 피의자나 피고인의 수색은 간단할 것이요, 체포될 것을 미리 안다면 도주하는 자는 드물 것이다. 검찰이 도주한자를 걸핏하면 기소중지 하면서 좀처럼 도주하지 못할 사람까지 걸핏 구속 기소하는 것은 구속자체를 징벌 적인 목적으로 악용한다는 평을 극치 못하게 할 것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인신 구속에 보다 신중을 기해 주어야만 하겠다.
따라서 수사당국은 이제부터라도 오직 철저한 과학수사로써 하루 속히 사건의 흑백을 가려주어야 할 것이며, 이 사건이 법의 공정한 판가름을 받을 수 있도록 그 속결이 있을 때까지는 여야정치인은 물론, 전 국민도 쓸데없는 억측이나, 과열된 정치적 논쟁의 와중에 말려드는 것을 함께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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