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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중전회 앞두고 ‘정치는 왼쪽, 경제는 오른쪽’ 논쟁 치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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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호 06면

중국을 이끌고 있는 시진핑(習近平ㆍ사진)­-리커창(李克强) 체제의 노선을 가늠할 중요한 회의가 다음 달에 예정돼 있다. 제18기 3중전회(三中全會:제3차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다. 이 회의를 앞두고 중국에선 노선 투쟁이 한창이다. 중국공산당의 역사는 사상투쟁의 역사나 다름없다.

시진핑-리커창 체제 노선 가늠자

최근에는 “정치는 왼쪽, 경제는 오른쪽(政左經右) “정치 회피, 경제 다걸기(避政就經)”가 특징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온다.

추이즈위안(崔之元) 등 신좌파에 앞서 일찍이 노좌파(老左派)는 당권파와 네 차례나 격렬한 투쟁을 벌였다. 노좌파는 문화대혁명으로 대표되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만년(晩年) 사상을 옹호하는 그룹이다. 1차 투쟁에선 ‘마오쩌둥의 정책과 지시는 모두 옳다’는 ‘두 개의 범시(兩個凡是)’를 내세워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장한 ‘실천이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표준’이란 논리에 맞섰다.

2차 투쟁은 1989년 천안문 사건이 진압된 직후 벌어졌다. 공유제 경제를 신봉하는 노좌파는 개혁·개방 정책을 꺾을 기회가 왔다고 판단했다. 중앙선전부장 왕런즈(王忍之)가 인민일보에 ‘자산계급 자유화 반대에 관하여’란 글을 발표해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를 묻는 ‘성사성자(姓社姓資)’ 논쟁에 불을 붙였다. ‘좌파의 왕(左王)’으로 불리던 덩리췬(鄧力群)은 당시 ‘인민민주독재를 견지하되 화평연변(和平演變·평화롭게 체제 변화를 유도)을 반대하고 방지한다’는 글을 발표해 계급투쟁을 주장했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도 방어에 나섰다. “판단의 표준은 사회 생산력, 종합 국력, 인민 생활에 유리한지 여부에 달렸다”며 남순강화에 나섰다.

3차 투쟁은 95년부터 덩샤오핑이 사망한 97년 2월까지였다. 익명으로 된 4편의 만언서(萬言書) 형식으로 전개됐다. 만언서는 청(淸) 말 개혁파의 양무운동에 반대하던 보수파가 사용했던 방법이었다. 노좌파는 만언서에서 ‘자산계급을 방치할 경우 국제자산계급과 결합해 국가안전에 위해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좌파는 공유제를 지지하고 국유기업의 사유화 조치에 반대했다.

장쩌민(江澤民) 총서기는 97년 15차 당대회 정치보고에서 혼합소유제 경제를 건립하고, 비공유제 경제가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요한 구성 부분임을 확인했다. 노좌파는 다시 패배했다.

4차 투쟁은 2002년 이래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홍콩 중문대의 경제학자 랑셴핑(郞咸平)은 ‘국유기업 개혁을 틈타 사유기업들이 국유자산을 횡령하고 있다’며 개혁을 멈출 것을 주장한다.

최근 노좌파는 ‘우유즈샹’(烏有之鄕) 등 인터넷 사이트를 기반으로 각종 사회병폐 현상을 폭로해 왔다. 문혁 당시 정치적 발언권이 강했던 무산계급의 향수를 자극하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마오쩌둥 시기에 보장받았던 의료·교육·주거·양로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면서 대중적 지지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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