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이화여고 교장 정희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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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5년의 전통을 가진 사립의 명문 이화여고 재단 이사회가 정희경씨 (서울대·사대 교수·교육 심리)를 새 교장으로 선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표시했었다. 39세란 그의 나이가 우선 너무 젊었고, 13년 동안 대학에서만 강의해온 그가 중·고등학교 교육에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1951년 단발머리 소녀로 이화여고를 졸업하고 꼭 20년만에 교장 선생님이 되어 옛 교정에 돌아가게 된 정희경씨는 『나 자신도 놀라고 당황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일은 나의 의사로 하겠다, 못하겠다 할 수는 없는 명령으로 느껴졌으며 생전 처음 경험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모교의 명령을 수행해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재단 이사회가 어떤 교장 상을 그렸기에 나를 지목하셨는지, 그 진의를 빨리 파악해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요.』
현 재단 이사장인 신봉조씨가 교장으로 있을 때 학교를 다니면서 이번에 정년 퇴직하게 되는 서명학 교장에게서 체육을 배운 그는 『그때의 은사들 중 이화에 계신 분들이 많다』면서 『그 선생님들의 도움을 송구스런 마음으로 기구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서울대 사대와 미국 캔서스 대학에서 교육 심리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이대·서울대·성대 등에서 강의하면서 서울시 교육 위원, YWCA 이사, 한국 지역 사회 학교 후원회 이사 등 바쁜 활동을 병행해온 그는 『교육 위원이나 교수 때는 교육 이론으로 큰소리칠 수 있었는바 이제부터는 그 벌을 받게 되었다』고 웃는다.
그리고는 『중학교가 없어진 이화의 고등학교 3년 과정에서 60학급이란 대부대를 이끌고 대학 입시 준비만으로 끝나지 않는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 큰 문제』라고 전제하고 나서 『한 인간이 지닌 인격의 척추가 형성되는 청소년기의 교육이므로 도덕·가치관·일생의 방향 등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국민학교에 다니는 남매의 어머니인 그는 기독교 신자이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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