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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화한 전통 연극 전승|계간 연극 평론의 특집 좌담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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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계간 「연극 평론」지 최근호는 우리 나라 고유한 전통 연극의 유지·계승 문제를 토의하는 특집에서 민속 예술 경연 대회가 「쇼」화 하는 경향을 지적하고, 또 국립극장이 국극 정립이란 본연의 목적을 저버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리 나라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이 연극 전문지 제3호는 전통 연극의 정립 문제와 현대적 수용이란 테마로 전문가들의 좌담회를 마련했는데 이 자리에는 오영진씨 (극작가) 이두현씨 (한국 가면극 연구회 대표) 여석기씨 (연극 평론사 대표) 심우성씨 (남사당 대표)등 제씨가 참석했고 그중 여 교수가 토의 내용을 정리해 수록했다. 이 세미나는 전통 연극의 범위를 탈춤·꼭두각시 놀음·판소리·창극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전제하고 『사이비 현대화 내지 현대적 수용은 원형을 바로 세우는데 금물이겠으나 고전적 형태를 정립하여 보존하는 수단으로서 현대적 연극 이론이나 교육 방법의 활용 문제가 크게 고려되어야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전통적인 전수 방법이 현실적으로 실효를 거둘지도 문제이지만 그 보다도 그 형태 자체가 소멸 위기에 빠져 있으므로 그것을 배우고 터득하기 위한 새로운 계승 책이 하루빨리 강구되어야 하겠다는데 이 공동 토의의 주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세미나는 원형의 전승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는 전국 민속 예술 경연 대회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하고 그 제도에 적신호를 울리고 있다.
즉 『경연 대회와 같은 이벤트가 민속의 저류에 흐르는 생명에 찬 에너지를 그저 곱고 보기 좋게만 다듬으려 하는데 이러한 태도는 결코 올바른 길이라고 할 수 없다. 값싼 현대화·민속 정신이나 그 양식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현대적 계승은 어떤 의미에서든 용납될 수 없다.』
「쇼」화한 경연 대회가 문화재 행정 당국의 뒷받침으로 베푸는 것인데 오히려 그것은 시행 착오의 문화 행정에 비롯된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한 행사에 대하여 『호사가들의 조작』 및 『값싼 관광 효과』라고 말하고 무형 문화재의 근본적인 보호 대책으로 상설 공연장을 마련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국립극장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쇄신 점을 기대하고 있다. 『동양 최초의 국립국장이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전통 연극은 그 안에서 거의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고유의 민족 문화를 육성, 발전시켜 나간다고 하면서 연극과 오페라 「심포니·오키스트러」가 고작이다. 일본의 경우 국립극장은 문화재 위원회에 직속되어 그들은 전통 연극의 계승, 보존 발전을 주임무로 삼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가면극·인형극 계통은 아예 손대어 보려고도 하지 않거니와 판소리·창극조차 진지하게 검토하여 무대화하는데 성공한 일이 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
우리 나라의 전통 연극은 이조의 서민층에서 자라나 그들의 건강한 생명력과 에너지를 거리낌없이 표현할 수 있는 희극 정신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비록 지적 세련이나 귀족적 완성을 이루지는 못했을지라도 야유·비판·조롱을 통하여 비참한 자신을 초극하고 권력층·지배층에 대해서도 여유 있게 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 연극은 한국 연극의 다양화와 확대를 위하여 귀중한 재산이니 만큼 뚜렷한 목적을 설정한 위에서 재구성하고 현대화하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이 토의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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