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덕씨 1주기|그의 생애와 얼을 기리며|박재간 <공산권 문제 연구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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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반 공산주의 운동의 이론가로서 특출한 존재였던 한재덕 선생이 세상을 떠나신 지도 2월11일로써 만1년이 된다.
한때 괴수 김일성과 친숙한 사이였고 언론계의 중진으로 일한 바도 있는 그가 자유대한으로 귀순했을 때 관계 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세인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한 선생은 한동안 북괴 언론 기관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만큼 그들의 민족 반역적인 가지가지의 범죄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1959년 자유를 택한 후 10여년간 한 선생은 문자 그대로 동분서주하며 불꽃 튕기는 웅변과 준엄한 필봉으로 공산주의자들의 범죄 상을 폭로, 고발 또는 규탄했고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이론적 모순성과 비근대적인 후진성을 예리하게 분석, 비판했을 뿐 아니라 반공산주의 이론을 체계화하고 합리화하는 작업의 선두에 섰다.
그는 재북시 김일성과 그 일당의 역사를 위조하는데 일익을 떠맡았던 일이 있었던 탓으로 간담회나 방송 좌담회 같은 곳에 나오면 스스로를 죄인으로 규정하고 일종의 속죄 의식을 가지는 겸손한 분이기도 했다.
공산 당원 노릇을 했던 지난날의 죄과를 뼈저리게 후회하고 속죄하는 뜻에서도 대공 투쟁 대열의 최선두에 서서 한 몸을 바치려던 한 선생의 갸륵한 마음가짐이야말로 그의 성격을 여실히 나타내는 것이다.
한 선생은 멀지않아 북괴는 반드시 멸망할 것으로 확신했던 분이며 북한 동포를 생지옥에서 구출하는 것을 당신의 유일한 사명으로 알고 온갖 정열을 이에 집중시켰던 분이기에 그가 해방된 북한 땅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세상을 뜨게된 것을 더욱 애석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 선생이 쌓아올린 대공 투쟁의 업적은 그의 저서 『공산주의 이론 비판』을 비롯하여 『나는 김일성을 고발한다』 또는 최근에 남긴 사계의 결정판 『북한 총감』 등 명저는 물론 그 밖의 수많은 저작을 통해 길이 남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저작을 통해 개진된 그의 주장과 반공 이론은 대공 투쟁에 있어서 반드시 우리의 이론적 기초가 되어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을 확신한다. 따라서 선생의 동료나 후배들은 앞으로 이 미완성의 대업을 꼭 완성함으로써 기구했던 선생의 생애를 보람있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삼가 선생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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