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교포 북송의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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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과 북괴 적십자는 모스크바에서 재일 교포의 북송을 재개하는 협정을 맺었다. 일본 적십자사 및 북괴 적십자사의 대표들에 의해 조인된 협정은 ①잔무 처리에 관한 (신청 후 북송되지 않은 자) 합의서 ②새로 북송을 희망하는 자의 북송 방법에 관한 회의록 ③공동 성명서 등이다.
잔무 처리에 관한 합의는 ①북송 신청자에 관해서는 90일간의 준비 기간을 둔 뒤 6개월간 (5월부터 10월 말 예정)의 잠정 기간 안에 북송 업무를 행한다 ②북괴로부터 「니이가다」 (신석)까지의 배선을 매월 1회 내지 2회로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새로운 북송 희망자의 북송 방법에 관한 회의록은 ①새로운 신청자는 일반 외국인의 출국으로 취급한다 ②자비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일적이 여비와 숙박비를 지급하고 ③북송 신청자가 상당수에 달했을 때는 일적이 북괴 적십자사에 배선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협정에 따라서 69년11월 후 중단되었던 북송 업무가 재개되게 되었는데, 북괴의 첫 북송선은 5월12일 「니이가다」에 도착하리라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번 협정이 비단 잔무 처리에 관해서 합의를 보았을 뿐만 아니라, 새로 북송을 바라는 자에 대한 회의록도 포함되어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상의 북송 협정 연장」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잔무 처리」를 싸돌고 난항을 거듭하던 일적과 북괴 적십자사의 협상이 이번 모스크바 회의에서 협정으로 결실을 보게 된 것은 되도록 이면 재일 교포를 일본 국 밖으로 내쫓으려는 일본의 기본 방침과 인적 자원 보충 및 대외 선전 공작의 일환으로 재일 교포를 되도록 많이 북한에 받아들이려는 북괴의 기본 방침이 합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은 교포 북송이 교포로 하여금 오랜 세월을 두고 피·땀으로 쌓아 올린 생활의 터전을 잃게 하고, 북괴의 감언이설에 속아넘어간 교포들을 공산 지옥으로 몰고 가 다시는 자유를 찾을 수 없게 할뿐더러, 결과적으로는 북괴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증강케 해주어 대한 민국을 해롭게 한다는 이유로 수미 일관 이를 반대해 왔었다. 특히 한일 수교 이후에는 교포 북송 지속이 한일간 기본 협정의 정신에 어긋나고 나아가서는 한일간의 우호 친선에 금이 가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북송 재개를 완강히 반대했던 것이다.
그 동안 일본이 북송 재개의 움직임을 삼가왔던 것은 주로 이를 반대하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여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금년 들어 일본이 대중공 수교 정책을 추구하면서부터 한국 정부를 한반도에 있어서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한일 기본 협정의 정신을 버리고, 또 북송이 한국과 한국 국민의 감정을 크게 상하게 하리라는 점을 무시하고 오직 실리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북송 재개를 서두르게 된 것이다.
「잔무 처리」의 이름으로 신청 후 미송 환자들의 북송을 재개하는 것만 하더라도 한국의 이익과 감정을 해치는 것인데, 하물며 이번 모스크바에서 맺은 협정을 통해서는 새로 북송을 희망하는 자에게까지 북괴 치하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음으로써 사실상 북송 협정을 연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데 대해 우리는 국가적인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공식 외교 「채늘」을 통해 북송 재개에 항의했다 하는데, 일본은 이 항의를 무시하고 교포를 한사람이라도 더 많이 북송코자 할 터이니, 이런 조치가 어느 정도 주효할는지 의문이 크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일 외교 사절이나 재일 거류민단이 보다 적극적으로 교포 상대의 계몽·선전과 사회 교육 활동을 전개하여 그들 가운데 한사람도 북괴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북송을 희망하는 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적십자간의 협정이라 하지만 우리는 일본과 북괴가 야합하여 교포를 일본 국에서 축출하고, 북괴에 이를 주는 책동을 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이번 「삽보로」「프리·올림픽」에서의 한필화 선수의 경우가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듯이 자유민들을 한 사람이라도 북괴 치하의 지옥으로 보낸다는 것은 순전히 인도적 견지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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