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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엘리트·풀」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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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일교 총무처 장관은 지난달 29일 새해 들어 첫 기자 회견에서 『유능한 공무원 확보를 위해 금년부터는 3급 행정직 공무원 공개 시험 합격자를 2백명으로 대폭 늘려 큰부처에는 10명, 작은 부처에는 3∼5명씩 조사 연구관으로 배치하여 수습시켜 고급 공무원으로 양성케 하는 엘리트 공무원 「풀」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이제까지 연간 45명밖에 뽑지 않던 고급 공무원의 보충 원인 3급 공개 경쟁 채용 시험의 합격자들 5배 가까이 늘리는 것으로 획기적인 조치라고 하겠다.
서 장관이 이러한 구상을 밝힌 것은 대학 졸업생들이 열심히 공부만 하면 고급 공무원으로 진출할 길이 열려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의 향학열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고, 특채 등을 억제하여 고급 공무원의 질적 향상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부와 법원 등이 사법 시험의 합격자를 자격제에서 정원제로 전향하여 연간 80명을 확보하게 된 것과 아울러 매년 기술 계통 40명을 선발하게 되어 연간 3백20명의 고급 공무원을 채용하게 되는 경우 학생들의 향학열이 높아지게 될 것이요. 대학 졸업생의 관계 진출의 길이 훨씬 넓어지게 되어 학생들의 사기에도 좋은 영향을 주리라 생각된다.
오늘날 우수한 대학 졸업생들이 공무원 진출을 희망하지 않는 것은 초임 봉이 사 기업체보다 적고 활동 범위가 좁으며 승진의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고급 공무원들이 이직하는 율이 높은 것도 양심적으로 일해서는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공무원 처우 개선이 시급함을 알고 『기획원과 협의하여 6월말까지는 공무원 봉급 인상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나, 젊은 엘리트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대우 개선을 조속한 시일 안에 단행해야할 것이다.
공무원 채용에 있어 정원제를 채용하게된 것은 과거의 자격제 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격제로서 점수 1, 2점차로 당락을 결정하는 것보다는 필요한 만큼의 정원을 사전에 확보하고 이들을 훈련시켜 적재 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법 시험 합격자를 사법 연수원에서 훈련시키는 것처럼 3급 공무원 시험 합격자를 정부가 구상하는 행정 연수원에서 훈련시키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가 그 동안 공개 경쟁 채용 시험으로 채용한 3급 공무원은 63년부터 69년까지 불과 2백명밖에 되지 않으며 대부분을 승진 시험이나 전직 시험·특채 등에 의하여 채용해 왔는데, 이러한 병폐를 고치기 위해 정원제를 채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의 공무원채용 시험 계획이 「선거용」으로 그쳐버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공무원 임용 법을 고쳐서라도 채용 인원을 명시해야만할 것이다.
정부가 5급 공무원 채용 시험의 자격을 철폐하여 독학자에게도 자격을 인정한 것은 잘 한 것으로 보인다. 5급 공무원이나 4급 공무원 채용에 있어서도 「풀」제를 실시하는 것을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요, 공무원의 봉급을 연간 30% 이상씩 올려 봉급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게 하여야만 할 것이다.
정부의 현 계획대로 하면 74년에 가야 4급 을류 공무원의 봉급이 생계비와 맞먹게 되는 바, 정부는 봉급 인상 계획을 조속히 실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공무원의 봉급을 현실화하고 사기를 앙양하여 공무원 유인체제를 확립하는 동시에, 공무원 채용 시험의 문호를 개방하여 공무원의 신진대사를 기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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