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첫 법무 강금실 장관] "검찰개혁 각오…믿고 따라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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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행정 경험이 없는 40대 여성, 서울지검 부장검사급과 동기인 사법시험 23회. 27일 강금실(46) 법무부 장관의 등장은 보수적이고 서열을 따지는 법무.검찰 조직에서 일대 파격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검찰의 명예는 회복할 수 없다. 검찰 개혁에 대한 각오가 돼 있으니 믿고 따라 달라."

康장관의 취임 일성은 변화와 개혁을 예고했다.

그는 "검찰은 수사, 법무부는 인사를 전담하는 원칙을 확립하겠다"며 "검사들의 개인 신상을 직접 검토하고 파악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대민 법률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별도 기구를 두어 정책도 만들고 의제들을 실천해 나가겠다. 특히 호주제 폐지 문제는 전향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康장관은 경기여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24세에 사법시험에 합격, 1983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판사 시절 종종 운동권 인사들을 과감히 풀어주는 판결을 했다. 88년 출판사를 운영하던 당시 남편 김태경씨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발간한 혐의로 구속되자 구속 수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내 주목을 받았다.

93년 김덕주 대법원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불거진 '사법 파동'때는 평판사 회의를 주도, 결국 대법원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변호사 개업 후에는 시국사건 등을 자원해 맡았고, 양심수 석방 캠페인을 위해 수의를 입고 모형 감방에 갇히는 '투옥 체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2000년부터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 변호사로 사업적인 수완과 조직 장악력을 보여왔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선정한 '아시아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한국인 리더'18명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당차고 화통한 성격에 주량도 상당하다. 남편과는 3년 전 헤어져 언니 집에 살고 있다.

김원배.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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