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긍정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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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말따

장애의 원인은 참으로 다양하다. 출생 전 태아기 때 이미 장애를 지니고 태어나기도 하고 출생 중 분만과정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장애를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출생 후 갑작스런 사고로 장애를 얻게 되는 사례도 다반사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다양한 원인으로 장애를 갖게돼 자립생활과 사회통합을 목표로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중증지체장애학생들이다. 우리 학교 등교시간은 여느 학교와는 조금 다르게 아침시간 학부모님들이 학생들의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등교를 시켜준다. 학교차량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학부모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교실로 등교한다. 등교길에 마주하는 각 부모님들의 표정과 기분도 제각각이다.

매일 같이 만나는 학부모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대부분의 부모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한 번은 몸집이 아주 왜소해 초등학생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분유를 먹는 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다. 발달이 워낙 더디어 이유기를 거치지 못한 채 계속 분유만 섭취해 유아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하루는 학생의 분유섭취를 줄이고 섭식지도를 시도해 볼 요량으로 학부모와 상담을 했다. 혹시 체하지는 않을까, 학생의 건강이 상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던 어머니와 대화를 해봤지만 나 역시도 새로운 시도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특별히 병원에서도 유동식 지도에 대한 문제가 없다는 조언을 받고 ‘한 번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섭식지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섭식과 관련된 부분은 가정과 연계돼 진행되지 않으면 절대로 이뤄질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학부모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약 한 달 간은 학생이 유아기를 벗어나 조금이나마 자신의 생활연령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학생의 가능성에 대해 학부모를 설득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당시에는 미혼이었던 나로서는 학부모의 두려움에 대한 이해가 어려웠지만 부모가 되고 보니 ‘내 아이가 행여 잘 못되지는 않을까?’ 하는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마음을 열어 준 학부모 덕분에 섭식지도는 한 학기 정도의 시간을 두고 시작됐다.

빨기만 해왔던 학생의 씹는 활동을 돕기 위해 구강훈련부터 소화상태를 고려한 분유와 유동식 병행 지도, 유동식 비율 확대, 유동식의 묽기 조절까지 계획을 차근차근 이행하기 시작했다. 씹지를 못해 우는 아이를 달래기도하고 비율이 맞지 않아 구토를 하는 학생을 보면서 내가 너무 이른 시작을 한 건 아닌가, 내 욕심으로 학생을 너무 힘들게 하지는 않는 것인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해 포기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지금의 시작을 통해 언젠가는 밥도 먹고 국도 먹을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며 열심히 지도했다.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학부모님의 협조로 차츰 아이는 유동식도 잘 먹고, 이제는 묽은 밥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소화력도 좋아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전을 두려워한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그 두려움이 더할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을 믿고 긍정의 힘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열정을 가진다면 결국 그 결실은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가능성의 희망을 항상 가슴 속에 품는 열정이 있을 때 우리의 앞날에 웃음이 가득할 것이다.

장보미 나사렛 새꿈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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