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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생리의 탈피|곽종원<건대 총장·문학 평론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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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욕구 불만의 화신-이것은 오늘날 우리 국민성의 한 속성이 아닐까?
한 가정을 들여다보면 온가족들이 저마다 불만에 싸여있고 한 단체나 기관을 들여다보면 거기는 거기대로 개인 개인의 불평이 대단하다. 이런 욕구 불만을 분석해 보면 그 원인은 한 가지에 귀결된다. 그것은 재정 문제이다. 자기 나름대로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돈이 없어서 그것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 단체에서는 태산같은 할 일을 앞에 놓고 언제나 예산 타령부터 한다. 학원이나 기업체에서는 발전은 하고 싶은데 일을 하려면 예산이 모자란다.
회의를 하다가 보면 마지막 귀결점은 예산 부족에 부닥치고 만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은 욕구 불만으로 화하는 것이 우리네 형편이다. 그러나 남방 여러 나라를 돌아보면 거기서는 우리네처럼 그렇게 심한 욕구 불만은 없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이 우리보다 잘 살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생활 수준은 우리보다 훨씬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욕구 불만은 경제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성싶다. 남방 여러 나라와 우리 나라와를 비교해보면 우리 쪽이 교육 수준이 훨씬 높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배운 사람들이 안목은 높고 실생활은 뜻대로 되지 않고 결국은 욕구 불만밖에 남을 것이 없다.
나라의 살림 형편도 이와 똑같다. 할 일은 태산 같은데 예산은 모자란다. 부득이 외국 차관을 얻어다가 대규모 공장을 지으면 그 많은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이냐고 걱정이 태산같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어떻게 되느냐? 돈 없는 한탄만 하고, 가만히 앉아서 굶어죽는 도리밖에 없다. 빚을 얻어다가라도 공장을 짓고, 그 공장의 생산품을 외국에 팔아서 하루 속히 빚을 갚아 버리면 그것이 이득이 아닌가? 그런 이론도 선다.
원래 우리 나라는 수출 할 자연 자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수출할 쌀이 있나 석유가 있나 철이 있나 생고무가 있나 설탕이 있나 여러모로 따져도 자연 자원이 없는 것만은 사실이다. 부득이 빚이라도 얻어다가 공장을 짓고 그 생산품을 외국에 수출할 도리밖에는 없는 것이다.
우리의 문제는 가만히 앉아서 모든 것이 없는 것 뿐 이라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마음대로 안되고 뜻대로 안 된다고 부정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부정 생리를 탈피하고 새롭게 되도록 만들어내는 국민 기풍이 필요하지 않으냐 말이다.
인간의 정신력은 한계선이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해 내면 낼수록 더욱 새로운 것이 나오는 법이다. 모든 일을 일단은 긍정적으로 보고, 즐겁게 기꺼이 새 창조를 위해 노력하는 국민성을 기를 필요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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