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한동안 소식이 없던 절친한 친구에게서 놀러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반가움에 서둘러 외출 준비를 끝내고 대문을 나서다가 삼년 아래인 남동생과 마주쳤다. 『어, 누나 어딜 가려고 그래, 암만 봐도 좀 수상한데.』『수상할 것 하나도 없어. 친구네 가는 거야. 너야말로 어디 갔다 오냐』『나, 친구형 졸업식엘, 근사하던데.』 그러면서 동생은 저도 졸업 때는 꼭 그렇게 하겠단다. 별로 내용이 없는 말이기에 그저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골목길을 막 돌아설 때 무슨 「쇼」단의 가장 행렬 같은 일행이 왁자지껄 나타났다.
대부분 교복이 갈기갈기 찢어졌고 어울리지 않게 화환과 꽃다발에 파묻혀 챙을 다 뜯어내 뒤집어쓴 모자만이 걸어가는 것 같은 착각을 주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 한참을 서있었더니 그 정도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나중에 오는 몇몇 학생들은 연탄재와 밀가루를 묻힌 채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소리소리 지르며 지나가 발길을 멈춘 행인들의 눈총을 받았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마음을 모를 리가 없다.
물론 그 동안 피교육자 입장에서 오랫동안 억눌렸다는 생활 감정에서 벗어났다는 단순한 마음에 취해진 행동이겠지만 그래도 자기들을 그 만큼 키워준 모교의 떠남을 저 정도로 밖에 감사할 줄 모른다면 저들의 내면 세계의 움직임은 과연 어떠한 생각으로 자신들을 현실에 합리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나는 얼른 발길을 집으로 돌렸다. 아까 동생이 한말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집 대문을 열자마자 동생을 불렀다. 깜짝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나온 그는 어리둥절한가 보다.『상민아, 너 아까 네가 근사했던 졸업식 얘기 좀 해줄래.』
『난 또, 뭐라구. 하여튼 굉장했어. 그 형이 상을 세 개나 탔거든.』 『세 개씩이나?』 『그럼. 인기가 제일 많았어. 부럽더라 정말.』동생의 이 말을 듣자 내 생각이 틀렸음을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좀 멋쩍어서 피식 웃고 말았다. <박임선(명지대학 가정학과 1년)>박임선(명지대학>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