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C의 착실한 전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프랑스」와 서독 양국은 26일 두 나라 사이에 있는 현안문제에 대한 이견을 조정하고 현실주의적이고도 실용적인 입장에서 「유럽」의 금융 및 경제통합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신이 전하는바에 따르면 「퐁피두」불란서대통령과 「브란트」서독 수상간에 열린 제3차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유럽」의 금융 및 경제통합을 완결토록 할 것과, 그 첫 단계 조치로서 약3년간의 시험기간을 두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EEC(유럽 경제공동체)의 주도국가로서의 불란서와 서독이 양국간의 현안문제를 해결하고, 향후 10년간의 계획에 대해 합의했다는 것은 EEC의 장래에 새로운 국면을 마련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지난 58년에 발족한 이래, 꾸준히 성장발전 해오고 있는 EEC는 그동안에도 이미 60년대의 세계경제문제에 중대한 파문을 던졌던 것이다.
EEC는 「블록」경제화의 촉진제로서 작용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통화제도의 개혁을 위한 「모티브」를 제공한 것도 EEC였다 할 것이다. EEC는 그동안 공통 관세제에서 출발하여 공통농업정책을 집행하는 단계까지를 무한히 거쳐왔던 것이며, 이제 본격적인 금융통화 및 경제의 통합단계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EEC는 금융통화 및 경제통합의 기초작업을 이미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 70년12월에 구주통화 단위로 표시된 5천만「달러」상당의 기채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간의 제휴·합병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EEC외 명실을 함께 한 통합과정은 60년대에 EEC가 미친 세계경제에의 파급효과 이상으로 보다 큰 영향을 70년대에 미칠 것이라고 보아 무방할 것이다.
오늘의 EEC는 영국의 EEC가입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며, 이번 3차 정상회담에서는 영국의 EEC가입에 지장을 주는 요인을 오는 9월까지 제거할 것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드골」시대에,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염려 때문에 줄곧 배척해오던 영국의 EEC가입문제가 이제 해결될 단계를 맞이한 것이라 할 것이다.
EEC가 영국의 가입을 환영하게된 배경은 곧 세계경제구조의 변화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경제가 세계경제를 지배할 실질적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사실, EEC의 경제력이 미국경제를 크게 배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항이라 할 것이다.
영국이 EEC에 가입하고, 또 EEC가 금융 및 경제통합을 완성해갈 70년대에 필연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국제통화체제의 재편과제라 할 것이며, 그 과정은 많은 파동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할 것이다.
한편 우리의 입장에서는 미·일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수출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EC의 경제적 지위가 70년대에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 확실한 이상 구주에 대한 우리의 경제적 진출은 더욱 적극화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