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공주, 키우던 개가 사람 물어 벌금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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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공주 - 판결이 선고된 후 귀가 하고 있다.

기획 - 풍운의 영국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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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외동딸 앤 공주가 자신의 개가 공원에서 두 아이들을 물었던 사건에 대해 500 파운드(780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개에게 물린 아이들의 가족은 사건의 개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번 선고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우리는 공정한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가족은 성명에서 밝혔다. "그 개는 여전히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매우 위험한 존재이다. 이번 판결은 도덕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올해로 52세가 된 앤 공주는 진술을 위해 법정에 도착한 후 잠시동안 '위험한 개의 행동'의 죄를 인정했다. 왕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앤 공주는 350년만에 형사입건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최초의 왕족이 되었다고 말했다.

앤 공주는 남편인 팀 로렌스 해군제독과 함께 수십명의 보도진이 기다리고 있는 영국 슬라우의 동부 버크셔 치안법원으로 입장했다.

이번 판결에서는 이 부부가 개를 잘 간수하지 못해 7살과 12살의 두 아이를 물게하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부분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주장됐다. 앤 공주가 죄를 인정하며 이번 로렌스 사건은 해결됐다고 영국의 PA 통신은 보도했다.

이 사건은 여왕모후의 장례식 이틀 후인 지난 4월 1일, 앤 공주 부부가 그들의 3년생 불테리어인 도티와 함께 여왕 관저 근처의 윈저 그레이트파트를 산책하는 도중 발생했다.

이 사건은 '레지나 vs. 앤 엘리자베스 앨리스 로렌스'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었으며, 이 법적 싸움으로 여왕은 딸로 인해 명예에 흠을 남기게 됐다.

왕족이 유죄판결을 받은 적은 1649년 시민혁명으로 찰스 1세가 반역죄를 선고받아 참수형을 당한 이래 처음이라고 입헌주의 전문가들은 말했다.

법에 따라 앤공주에게는 최고 징역 6월이나 5000파운드의 벌금형까지 주어질 수 있었으나, 법원은 500파운드의 피해보상금과 148파운드의 재판비용 지불 명령을 내렸다.

지방판사인 페넬로페 휴잇은 앤 공주의 개를 공공장소에 데리고 나오지 못하게 하였으며, 특별훈련을 받게 하도록 지시했다.

그녀는 '위험한 개의 행동'에 대한 판결에서, 도티가 다시 한번 사건을 저지르게 된다면 개를 없애버리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제 일어나도 되겠습니까, 판사님?" 이라고 앤 공주가 묻자, 지방판사는 "나는 개의 주인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며, 내가 내린 판결에 대해 사람들이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중요한 책임감의 문제이며,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만일 부활절에 발생했던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 한번 일어난다며, 모든것이 다 끝이다."

지방판사는 피해 어린이들이 그날의 경험으로 인해 '상당히'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주아주 불행한 일이다. 난 시간이 지나게 되면 그 아이들이 개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갖게 되길 바랄뿐이다. "라고 그녀는 말했다.

12살짜리 아이는 개에게 쇄골부분과 다리의 두곳을 물려 피부가 찢어졌으며, 7살짜리 아이는 오른쪽 팔과 등, 그리고 왼쪽 다리에 개에 할퀸 상처가 있다고 법원은 밝혔다.

이 아이들은 아직까지 그날의 악몽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아이들의 가족은 말했다.

"우리 아이들은 다행히도 아주 심각한 상처는 피할 수 있었다. -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렇지 못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고, 자신들끼리만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들은 모든 개들을 두려워하고, 여전히 악몽에 시달린다."

"만일 그 개를 없애버린다면, 우리 아이들이 정신적인 안정을 받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법정에서 검사인 앤서니 스미스는 사건당일 7살짜리 아이의 아버지가 세명의 조카들과 함께(개에게 물린 12살짜리 아이도 포함) 윈저 그레이트파크에 자전거를 타러 갔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려오는데 개가 달려와 12살짜리 아이에게 뛰어들었고, 아이는 그의 자전거에서 떨어진채 도티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고 했다.

아이의 아버지가 두번이나 발로 차서 개를 떼어내었지만, 개는 자전거를 타고 있던 다른 아이들을 발견하고는 다시 7살짜리 아이에게 뛰어들어 아이를 자전거에서 떨어트렸다고 스미스 검사는 말했다.

그 아버지는 달려가 개를 발로 차 그의 아들에게서 떼어냈지만, 이러한 상황이 '몇번씩이나' 계속됐다.

로렌스 제독이 개를 잡으려고 하자 개는 앤 공주에게로 달려가 차 안으로 들어갔다고 스미스 검사는 말했다.

앤 공주는 개의 행동에 대해 사과를 하며, 남편이 다른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동안 아이의 아버지와 두 아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고 검사는 말했다.

법정에서 개 심리학자인 로저 머그포드는 도티를 '아주 차분하고 놀기 좋아하는 개'라고 말했으며, 죽일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앤 공주의 변호사인 휴고 케이스는 도티는 '심성이 순한 개'이고 단지 아이들을 '물었을 뿐'이라며, 아이들은 완쾌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티가 유난히 선하고 전혀 악의가 없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도티를 잘 알고 있는 어떤이는 도티를 '큰 강아지'라고 표현하기도 했었다."고 케이스는 말했다.

SLOUGH, England (CNN) / 김현정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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