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 중시한 선거포석-닉슨 연두교서의 새 정책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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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2일 의회에서 연설한「닉슨」미대통령의 71년도 연두교서는 행정조직의 축소개편과 사회보장제도개혁을 골자로 국내문제에 국한돼있다. 「닉슨」대통령은 연두교서를 발표하기에 앞서 사상 가장 원대하고 대담하며 또 혁명적인 구상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요컨대 인간생활의 질적 향상, 인간가치의 존엄성강조, 공화당행정부의 정통적 경제정책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완전 고용을 상정하는 적자예산에 의한 경제팽창자극방침으로 간추릴 수 있다.
「닉슨」대통령은 이번 교서에서 최저임금제도, 광범한 의료보장제도 등을 제의함으로써 국민 생활의 질적 향상을 추구했으며 또 사회보장제도의 수혜자들에게 최대한의 고용수준을 보장해 줌으로써 자선에만 매달리는 극빈자들이 체험하는 개인 인격의 타락을 막으려고 나섰다. 이는 이미 의회에 계류중인 「가족구호계획」의 개념을 더욱 확대시킨 것이다.
이번 연두교서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지금까지 「인플레」억제책으로 엄격한 긴축정책을 추구해온 「닉슨」대통령이 경기후퇴와 실업격증하의 「인플레」앙진을, 직시하여 이제 최대국내문제로 등장한 경제문제타개책으로 팽창재정정책을 들고 나온 점이라 하겠다.
「존슨」행정부로부터 물려받았던 「인플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닉슨」대통령은 임금동결과 같은 조치를 피하면서 주로 정부예산의 세출억제로 일관해왔다. 그 결과 실업자수는 9년래 최고인 6%에 육박했으며 대기업의 산업활동은 부진한 반면 「인플레」는 계속되었다.
일반적으로 「닉슨」행정부의 패배로 판정되고있는 지난번 중간선거에서 「닉슨·팀」이 애써 키우려고 했던 「법과 질서의 강화」문제가 유권자들에게 별로 「어필」되지 못하고 「인플레」와 경제불황·실업자증가 문제 등이 「닉슨」행정부에 불리하게 「크로스업」된 것도 바로 이런 현상이 심각했음을 입증해 주었다.
그런데 이번 연두교서에서 「닉슨」대통령은 이제 「인플레」없는 재정지출증가에 의한 경제자극 책을 택하고 나섰다.
이번 연두교서에서 가장 강렬하게 풍기는 것은 지난 중간선거에서 반영된 국내문제에 대한 미국국민들의 압도적인 관심에 보다 많은 역점을 두고있다는 인상이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맛본 패배를 토대로 해서 「닉슨」대통령은 이 분야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얻으려고 노력하고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인력자원·지역사회개발·자연자원·경제개발 등의 전담 성을 신설한 조치는 그것을 가장 「드러매틱」하게 말해주고 있다. 나머지집권2년을 국내문제해결에 집중하여 72년 대통령선거에서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도 보인다.
그러나 이날 연설을 행한 의회에는 흑인 하원의원 12명이 불참하여 「닉슨」대통령은 이와 같은 새로운 노력이 그 성실성을 의심받으리라는 불길한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이들은 「닉슨」행정부가 정책수립에 흑인의원들의 의견을 전연 도외시했다고 불참이유를 들고 있는데 지식인과 소수 인종, 젊은 급진파 소수 층이 다같이 갖고있는 이러한 대「닉슨」악감이 의회에서 반영된다면 모처럼의 개혁과 「뉴·닉슨」의 「이미지」형성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장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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