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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제5화「동양극장」의 시절(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68년은 「신연극 60년」이라해서 연극하는 사람들만이 법석을 했다.
이 기원은 l908년에 원각사에서 이인직이가『은세계』라는 자기소설을 각색해서 연극으로 상연한 것을 기점으로해서 계산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잠시 생각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우리가 지금 행하고 있는 연극은 서구식을 본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지만 세계 연극사의 첫머리가 원시 민족과 종교적 행사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지나극의 과장된 이야기나 일본의 민속극. 인도의 종교극, 희랍의 「디오니소스」제조등이 연극의 시초라고 했으면서 우리 한국의 옛날 옛적에 있었던 그러한 종교의식에 나타난 연극적 행사에는 일언반구도 없는 것은 우리 조상의 잘못인지 세계 연극사를 꾸민 사람의 무직인지간에 우리는 지금 전통없는 연극을 남의 흉내를 내고 있으니 결국은 우리 연극은 없는 것이 되고 있다.
이것을 억지로 이인직이가 그것도 남의 흉내를 눈어림으로 한 것을 기원으로 해서 「신연극 60년」이라 떠는 것이다.
「신연극」이란 「구연극」에 대한 말이겠는데 그럼 우리의 구연극은 무어냐.
좌당의 굿, 산대놀이, 각류의 탈춤, 이것들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연극의 전신은 아니다.
옛날「그리스」에서 포도덩굴 밑에서 「디오니소스」에게 제로를 지낸 것이 오늘 세계 연극의 시초라면 우리는 우리대로의 신에게 패기의 감사를 드리던 의식이 있었겠는데 그것은 어째서 오늘·우리 연극의 시초가 아니고 남의 본을 떠서 하고 있는지. 다시 말해서 지금 우리가 입고 다니는 양복이 평상복이 된것처럼 연극도 서양풍을 따라서 평상극이 된 것인가?
그런데 1908년의 경우 신연극이라고 이인직 자신은 말한 바 아니겠지만 「원각사」란 1902년에 고종어극 사십년 경축식의 식장으로 지은 집을 중국식으로 「극대」라고 불렀다.
그때 협률사라는 궁내부 관할의 기관이 칭경축식을 위한 기생, 재인의 가무 연습을 지휘하다가 호열자(콜레라)등 전염병 때문에 칭경식이 연기되자 군인합관으로 쓰여진 것 같다.
그러자 1905년에 일본의 이등전문이가 명치의 명을 받고 와서 을사보호조약이라는 것을 맺은 다음 우선 대한제국의 군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이 군인합관을 먼저 없애야겠다는 생각에서 강경한 대한제국의 내각의 반대에도 이등의 일갈로 경고였던 군인회관을 극장으로 사용케 되었다.
그러나 그 운영법을 아는 이가 없어 당시 이완용의 비서격이던 이인직을 일본으로 보내어 극장 운영법을 배워오게 했다.
그랬는데 배우라는 것은 안배우고 소설 쓰는 것을 배워가지고와서 뒤둥대둥 몇 개 소설을 써냈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군인회관을 폐쇄하고 극장으로 하려는데 이등의 정책이 낭패되니까 급작스례 연극을 해야겠으니 도리 없이 이인직이가 쓴 소설 『은세계』를 연극으로 꾸며 그가 일본에서 주마잠산격으로 본 그때 흉성하던 신파류의 방식을 짜서 공연했으리라 섕각된다.
이것을 우리는 우리나라 신연극의 비원으로 삼아 68년에「신연극 60년」이라 떠들었다. 남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바로 그후 윤백남이나 이기세가 일본에서 재나름대로 다른 공부를 해가지고 와서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일본에서 보고온 신파극을 그냥 흉내내어 문예극이란 이름아래 곧잘 해나갔다.
1910년께는 임성구라는 사람이 일인거류민을 위문한다는 명목 밑에 한국을 찾아오는 일본의 4.5유급 신파극단의 하는 것을 보고 흉내 낸 것이 또 신파극의 조종이 된 것이다.
그래서 문예적신파 윤일남 이기세의 세력은 채 활짝 펴보지도 못하고 임성구파의 신파극에 밀렸지만 그리나 그들대로 발전을 해왔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기세의 「유일단」이 처음 문예극을 내세우고 창립했을 때 18세의 소년으로 입단한 이가 오늘의 국립극단의 불로지위단원인 하기종씨다.
그의 나이 올들어 일흔일곱 희수이니 그는 우리나라 연극사의 산 역사이며 오직 하나 남은 증인이다.
나는 이 제한된 지면을 통해서 전 연극사를 쓸 수도 없거니와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내가 처음 발들여 놓은 「토월회」와 한때 연극의 황금기를 누렸던 동양극장 시절의 토막 이야기로 매일 독자들과 같이 이야기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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