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에 산다<(775)-난동 속의 농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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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작년도의 하곡수확고는 1969년도의 그것에 비해 77만석이나 적은 1천7백여 만석에 불과했다. 이와 같이 감수된 이유로서는 농민들의 맥류생산의욕 감퇴현상도 들 수 있겠으나, 그보다도 작년 2월 상순께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었는데 2월 중순께에 가서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자 밀·보리가 동해를 입게되었다는 것이 오히려 으뜸가는 원인이 있다고 본다. 밀·보리는 중부지방에서는 10월 하순부터, 그리고 남부지방에서는 11월 중순부터 각각 평균기온이 섭씨8∼10도 가량 되었을 때 파종하였다가 6∼7월 평균기온이 20도 가량 되었을 때 수확된다. 그 사이의 기온변화는 중부지방에 있어서 월 평균 기온이(1954∼65년 평균) 11월이 7도7분, 1월이 영하 2도6분, 3월이 6도, 5월이 19도1분인데 밀·보리는 대개 영도이하 되는 12월∼2월말 사이에는 생장을 정지하고 휴면을 한다.
그러나 12월∼2월 사이라도 날씨가 포근하면 휴면에서 깨어나서 생장하기 시작하는데, 이와 같이 하여 생장된 어린 밀·보리가 갑자기 날씨가 차지면 동해를 입어서 죽게된다.
최근4주째 중부지방은 평균 영하 4도8분∼1도, 남부지방은 영하2도4분∼5도8분이라는 예년보다 높은 기온을 보였으며 특히 건조하고 맑고 뚜렷한 삼한사온경향도 없는 이상기후가 계속됨으로써 겨울 작물들의 뿌리생장에 좋은 조건을 주고 있으며 날씨가 다시 추워지기 시작, 동해를 초래할 징조가 아닌가 보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상기후에서는 병충해의 원인이 되는 병원균의 월동이 용이하게 되어 이대로 간다면 금년농사에는 반드시 병충해가 심하리라고 예측된다.
다시 강추위가 밀어닥치면 이런 우려는 해소되겠지만, 그 반면에 밀·보리농사가 또 동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불의의 강추위로 빚어질 동해에 대비하여 앞으로 밀밭이나 보리밭에 흙 넣기를 자주 하는 동시에 밀·보리 뿌리가 서릿발 때문에 흙에서 떠오르지 않도록 밟아 주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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