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2009년부터 CP 잦은 발행 … 금감원 작년 7월에야 금융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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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이 자금난을 기업어음(CP) 돌리기로 막아온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금융감독원도 2009년부터 동양그룹 측에 CP 물량을 줄이고 자산을 매각해 빚을 줄이라고 재촉해왔다. 이런 내용으로 동양증권과 양해각서(MOU)도 맺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따라오는 듯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시장의 돈줄이 마르고, 자산 매각도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감독당국의 권고는 더 이상 지켜지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MOU는 강제력이 없는 데다 감독당국이 밀어붙일 수단이 딱히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대규모의 CP가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CP는 회사채에 비해 발행이 자유롭고 감독 수준이 낮아 불완전 판매 가능성도 큰 상품이다. 회사채는 투자설명서 공시 등이 의무화돼 있지만 단기 CP에는 그런 장치도 없다. 게다가 CP를 주로 발행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비상장기업이라 투자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우려는 곧 현실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2011년 이뤄진 종합검사에서 동양증권이 7500억원어치의 계열사 CP를 투자자의 서면확인 없이 판 사실을 적발했다. 동양증권엔 기관경고 조처가 내려졌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한번 돌아가기 시작한 ‘폭탄’을 멈출 순 없었다. 동양그룹은 2010년에는 은행권의 감시대상에서도 빠졌다. 동양의 금융권 대출이 전체 금융기관 신용공여 잔액의 0.1%에 못 미치면서 은행의 관리 대상인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제도개선에 나선 건 사태가 곪을 대로 곪은 지난해 중순 이후다. 여기에는 시장 동향을 점검하는 금감원과 정책을 만드는 금융위원회 간 손발이 잘 안 맞았던 탓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동양 CP 문제가 금감원으로부터 보고된 건 지난해 7월”이라고 말했다. 그 전에는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부랴부랴 제도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법 개정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통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동양의 CP 판매 주요 창구인 특정금전신탁(특금) 관련 규제 방안이 나오고,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부적격 등급의 계열사 회사채나 CP를 팔 수 없도록 법을 고친 건 올 4월이다. 특금 규제는 여전히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동양 같은 ‘사각지대’를 감시하기 위한 주채무계열 제도 개선도 이제 한창 논의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 변경은 모든 업계와 투자자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동양만 보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의견수렴을 거치고 충격을 줄이기 위해 유예기간 등을 두는 건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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