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 전작권 재연기 긴 안목 전략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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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는 우리나라의 건국 65주년 기념 국군의 날이자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일로 성대한 행사가 이어졌다. 한편 양국 사이의 안보 현안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논란도 동시에 불거졌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문제를 둘러싼 논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참여 압박 등이 그것이다.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도 여전히 교착 상태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 한국의 전작권 전환 재연기 요청에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미 동맹 60주년을 기념하는 때에 한국의 미래 안보 시스템 논의가 어수선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작권 재연기 요청에 대해 미국은 처음부터 뜨악한 반응이었다. 우리의 은밀한 연기 요청이 있은 지 얼마 안 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일방적으로 공개했고, 이어 미 합참의장과 주한미군 사령관은 2015년 말 전환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발언했다. 최근에도 국방부 관계자는 ‘실무 수준에서 재연기 필요성에 대해 양국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지만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아직 결론 낼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오늘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선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대한 최종 합의는 없을 전망이다. 정부의 기대가 빗나간 셈이다.

 미 조야의 분위기는 국방비 감축에 시달리는 미국에 대해 한국이 ‘과도한’ 안보 의존 경향을 보인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드러내 놓고 말하진 않지만 MD나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 등 미국 측 요구엔 인색하고 국방 투자 역시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삐걱거림’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중장기 안보 전략이 일관되게 추진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이 3차 핵실험 등으로 핵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등 상황 변화가 원인이 된 측면도 크다. 그러나 이 역시 오래전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 역시 가능하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 요청과 관련해 정부가 분명히 할 일들이 있어 보인다.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북한의 핵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구축을 확고하게 진전시켜야 한다. 미국의 MD 가입 요청 문제도 일부 유연성을 가지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최근 한반도 후방기지 역할을 하는 괌이나 오키나와 미군 기지를 보호하기 위한 MD에 참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미 동맹은 앞으로도 60년 이상 유지돼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한·미 동맹이 우리 안보의 모든 것을 해결할 것으로 맹신하는 건 잘못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보를 위해 우리 스스로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동시에 보다 긴 안목으로 안보 전략을 세우고 일관되게 추진하는 노력 역시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