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따르면 새 교황은 '올리브의 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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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선종한 교황 요한 바로오 2세의 장례식 준비로 이탈리아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교황의 장례에는 각국 수반 등 VIP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200만명 이상의 추모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다음 교황이 누가 될 것인지에 전세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전이런 가운데 유럽의 호사가들 사이에 중세의 한 예언서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고, 미국에서는 차기 교황으로 보다 진보적인 인사가 선출되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에 6천430명의 경찰을 배치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병력 중 5천명은 공공안전과 주요 건물 경비를 담당하고 나머지는 장례식에 참가할 왕족들과 국가원수, 정부 대표, 장관 등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무부는 이 조치들은 교황청과 공동으로 취해지는 것이라고 밝혔으며 교황청은 4일 정확한 장례 일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교황청 전통에 따르면 장례는 교황 선종 후 4 ̄6일 사이에 하도록 돼 있으며 그 경우 장례 일자는 6 ̄8일 사이가 된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정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장례기간에 시위 또는 공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경찰과 군인 1만5천여명이 전국의 공항과 기차역 등에 대한 경비가 강화했다고 전했다.

○…유럽의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중세의 예언서를 들추며 차기 교황을 점치기에 분주하다. 특히 '말라키아 예언서'가 화제의 대상이다. 아일랜드의 말리카아 주교가 1139년에 내놓았다는 이 예언은 1143년에 제 16대 교황이 된 첼레스티노 2세 이후 등장할 112명의 교황이 유명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비슷하게 두세개의 모호한 상징적 어구로 열거돼 있다.

최근 교황을 보면 요한 23세(1958-1963년)는 '목자이며 사공'이라고 표현돼 있었다. 해설가들은 그가 물의 도시인 베네치아 총대주교였다는 점을 들어'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네치아 총대주교의 별명은 '사공'이었다는 것.

말라키아 주교가 바오로 6세를 '꽃 중의 꽂'으로 표현된 것은 그를 배출한 이탈리아 몬티니 가문의 문장에는 '백합'이 그려져 있음을 가리킨 것이라는, 그럴듯한 해설이 따라붙고 있다.

요한 바오로 1세는 '달포'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는 겨우 33일간 재위하다 숨을 거두고 말았다.

지난 주말 선종한 요한 바오로 2세에게는 '태양의 산고'라는 상징적 문구가 붙어있다. 이는 태양이 생겨나는 곳이라는 의미로, 유럽인의 시각에서 보면 폴란드도 동쪽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그 다음 교황은 '올리브의 영광'이라고 표현돼 있어 이 문구가 무엇을 뜻한지는 놓고 이설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제3세계 출신이 교황이 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지난 2일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황들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의 후계자는 신부들의 결혼과 피임을 허용하는 한편 여성들에게도 성직자가 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USA투데이는 3일 인터넷 판에서 CNN 및 갤럽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톨릭 신도들중 67%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황들중 한명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가톨릭 신도 3명중 1명은 차기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보다 더 진보적이기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차기 교황이 더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들은 34%, 더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들은 4%, 대체로 같은 성향이어야 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들은 59%였다. 특히 가톨릭 신도들중 78%는 차기 교황이 신도들의 피임을 허용해야 한다고 대답했고, 63%는 신부들이 결혼을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대답했으며, 55%는 교황이 여성들에게도 성직자가 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가톨릭 신도들중 55%는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원칙이 완화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59%는 가톨릭 교회가 낙태에 대한 입장을 완화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또 차기 교황이 라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나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대답한 가톨릭 신도들의 비율은 약 80%였다.

○…교황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은 교황이 리처드 버튼 같은 유명한 배우가 될 줄 알았다고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고교 시절의 한 친구가 말했다. 4일자 뉴질랜드 헤럴드에 따르면 뉴질랜드 페톤에 살고 있는 아리안 라티세프(80.여)는 폴란드에 살 때 가족이 바도비체로 이사를 가면서 나중에 교황이 된 카롤 보이틸라를 고등학교 연극서클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그같이 전했다.

라티세프는 보이틸라가 몇 살 연상이기는 했지만 함께 무대에 섰었다며 셰익스피어 스타일의 한 폴란드 비극 작품에서 자신은 요정, 보이틸라는 기사역을 맡은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연기에 많은 재능을 갖고 있던 보이틸라가 사제가 된 것은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며 "우리들은 그 때 그가 무대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쳤기 때문에 모두 리처드 버튼 같은 유명한 배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국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 파커 볼스의 결혼식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 일정과 겹치더라도 오는 8일 예정대로 거행될 것이라고 찰스 왕세자의 공식 거처인 클래런스 하우스측이 3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클래런스 하우스의 한 대변인은 교황 장례식이 8일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결혼식 날짜를 바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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