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공천자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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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일 공화당은 서울 종로구를 제외한 전국 1백52개 지역구의 8대 국회의원 공천후보를 확정, 발표했다. 공화당은 오는 21일께 이들에게 지구당 대통령선거 대책위원장 임명장을 수여한 뒤, 즉각 미 창당지구 및 개편이 필요한 지구의 연차대회에 착수, 오는 2월20일까지는 선거대책기구 발족을 완료하고 곧 이어 대통령후보지명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 한다.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가 사실상 양대당 대결로 압축되어가고 있는 한국의 정치현실에 비추어 집권당인 공화당의 국회의원 공천후보로 지명된다는 것은 선거과정의 반을 치른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동당의 공천자 명단발표는 일반의 각별한 관심사가 된다. 공화당은 공천에 앞서 ①부정 및 치부 ②선거부정관련 ③병역기피 ④당명불복 ⑤노쇠·무능력 등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제외한다는 기준을 밝힌바 있었는데 이번 발표를 보면 그런 노력의 자취를 엿볼 수 있다. 소위 「호화주택」문제로 사회적 지탄을 받던 사람들이나, 6·8선거 후 선거 또는 당선무효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공천에서 제거되었다는 사실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라 평가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정·부패관련자가 완전히 숙청되었다고 믿기는 아직 어려운 것 같고, 개중에는 무슨 이유로 갑 대신 을을 공천하였는가 알 수 없는 「케이스」도 없지는 않다.
이번 공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특징은 중진급인사 몇몇을 포함해서 현역 국회의원이 61명이나 탈락됐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공화당이 현역의원을 61명이나 탈락시켰다는 것은 동당이 현역·비 현역에 구애받지 않고 신진대사를 서두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제3공화정발족이내 8년째 집권을 지속하고 있는 공화당은 대담한 신극대사로 당의 체질을 개선하여야만 새로운 면목을 갖추어 국민의 재 신임을 획득할 수 있는데, 금차 공천에 있어서 현역 국회의원의 대거탈락과 신인의 대량진출은 위와 같은 요구를 어느 정도 충족해 준 것이라 하겠다.
공천을 받은 신인 중 관료출신이 43명으로 대종을 이루고 재계·기업인출신이 13명, 교육계 및 법조계출신이 각각 6명, 그리고 나머지 직종이 10명이라는 사실은 공화당이 각계 각층의 인사를 고루 망라치 못하고 주로 관료출신의 정치집단이라는 평을 듣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후진국의 집권당으로서는 불가피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적 등질성을 이념의 바탕으로 하는 근대정당이 국민 중 어떤 부분에만 쏠린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은 아닌 것이니 이 점 앞으로 꾸준한 수정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공화당의 공천경쟁은 평균3대1의 치열한 것이었던 만큼, 낙천자의 반발도 상당히 클 것으로 생각된다. 공화당의 최고지도층은 이들의 반발을 무마하는데 최선을 다할 줄 알지만, 우리는 그 무마책이 정부권력이나 정부산하 기업체의 요직분배로 타하지 않기를 원한다. 일단 정당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공천을 받았건 받지 않았건 간에 그 정당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정당은 결코 개인의 출세의 도구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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