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중동석유」-세계 연료 공급 큰 차질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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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2일 「테헤란」에서 있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서방측 석유회사사이의 원유가격인상협상이 결렬되어 세계석유시장에 큰 위기감을 자아내고 있다. OPEC에서는 최근 「유럽」의 석유가격이 「배럴」당 59%씩 올랐다는 사실을 지적, 값을 10%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던 것.
그러나 서방석유회사 측에서는 급증하는 석유수요에 의한 수송 난으로 인상된 연임, 생산「코스트」의 앙등을 들어 시장가 인상은 불가피했다고 소극적인 태도를 였다.
이번협상은 표면상 OPEC라는 기관이 앞장서 원유가격인상을 요구했지만, 실질상의 주역은 「페르샤」만의 석유강국인 「이란」「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3국.
OPEC에 가입한 10개국에서 세계시장에 내놓고 있는 석유는 전세계 석유공급량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나 특히 이 3국이 대표하는 「페르샤」만 제국의 석유는 일본에서 90%, 서구에서 60%의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1백% 의존하고있다.
이번의 석유위기는 70년 9월영국의 「옥시덴털」사가 「리비아」에 대해 「배럴」당 15%의 가격인상에 동의하면서 움터오던 것.
당시 「리비아」는 가장 싼값으로 원유를 판매하여 끈질긴 협상 끝에 가까스로 국제가격수준에 가까운 값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었다. 서방측 석유회사들이 원유가격 인상요구를 우려했던 것은 이때부터였다.
서방측회사의 우려대로 지난해 12월 OPEC창립 10주년을 맞아 「카라카스」에 소집된 총회에서 석유값을 인상하기로 결의했었다.
더우기 「프랑스」의 중요한 석유공급 국인 「알제리」가 지난해 여름부터 아랍권에서는 가장 값비싼 가격을 「프랑스」에 요구할 때부터 중동석유국가들에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지난11일 「알제리」는 대불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갑자기 유조선에 원유의 선적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이에따라 석유공급중단에 따른 경제적 타격 이외에도 「프랑스」는 아직 막대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구 식민지 「알제리」와의 협조관계 악화와 아울러 지중해쟁패를 둘러싼 강대국의 진출견제 및 더 나아가서는 대「유럽」정책의 재검토라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알제리」의 원유공급이 중단 된지 불과 하룻만에 「페르샤」만3국이 원유가격을 싸고 고자세로 나와 서방국가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중동석유국가들이 고자세로 나오게된 이유는 급증하는 석유수요에 공급이 달린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석유수요가 가장 많은 미국만 하더라도 국내생산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중동석유에 상당한 양을 의존하고있다.
새로 개발되고 있는 「알래스카」유전의 생산이 늘거나 제한된 「캐나다」산 석유수입을 늘릴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사정이 호전될 수 있으나 지금은 두 가지 모두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 한가지 이번 석유분쟁의 그늘에 도사리고 있는 이유로서는 지중해 및 인도양에 발판을 굳히고 있는 소련의 정치적「입김」이다.
이미 「아랍」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소련은 지난 1백여년 동안 이 지역에 정치·경제·군사적으로 군림해온 영국이 서서히 발을 빼기 시작하자 「페르샤」만에 급격히 진출하고 있다.
소련은 「아라비아」반도 남부의 석유토후국들에 대한 「민족해방」이라는 너울의 「게릴라」원조에서 「이란」「이라크」등에 대한 경제·군사원조에 이르기까지 차차 서방측의 「비위」를 건드리고 있다.
지금까지 소련은 「이란」에 대해 5억7천만「달러」에 이르는 경제원조를 통해 유전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원」에 지나지는 않지만, 「이라크」에 대한 정치적인 뒷받침, 「쿠웨이트」를 비롯한 「아라비아」반도 남부 토후국들과의 교역증대 등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서방측 석유회사관계자들은 소련의 영향력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페르샤」만의 석유국가들이 서방측의 지배를 원치 않듯이 소련의 지배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이다.
또 이들 국가의 경제가 오로지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소련이 중동의 석유이권에 사활을 걸만큼 석유전쟁에는 뛰어들지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소련의 석유수요는 자국의 생산만으로도 충분히 충당되고 있는데다 서방측대신 석유를 사들일 충분한 경제력도 없으며 또 이를 사들여 다른데 판매할 방법도 없다는 이유이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이번의 석유가격분쟁은 19일에 소집될 OPEC전체회의에 앞서 양측이 다시 절충하여 OPEC의 주장대로는 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가격인상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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