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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1000만원 웨딩 촬영 … 요우커, 청담동 스타일로 모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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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고객이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특급호텔들도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마케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 직원들이 다음 달부터 이 호텔에 묵는 중국인 고객만 이용할 수 있는 최고급 웨딩 촬영 패키지 상품을 점검하고 있다. 연예인이 주로 이용하는 사진스튜디오와 메이크업·드레스숍에서 1대1 통역 서비스를 받으며 촬영하는 데만 500만~1000만원이 든다. [사진 인터컨티넨탈]

‘중국인 신부’들이 한국에 와서 1000만원 넘게 들여 웨딩 촬영하는 모습을 곧 볼 수 있다. 콧대 높은 특급호텔마저 경쟁적으로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는 다음 달부터 이 호텔에 투숙하는 중국인 고객만 이용할 수 있는 ‘스·드·메(스튜디오촬영·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 서비스를 시작한다. 배우 이요원이 결혼할 때 입었던 것과 같은 브랜드의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송혜교의 단골 미용실에서 메이크업을 받는다. 전 아나운서 노현정이 결혼사진을 찍은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한다. 이렇게 ‘청담동 최고급 스타일’로 웨딩앨범을 촬영하는 데 드는 비용만 500만~1000만원. 여기에 특급호텔 숙박료가 추가되는 것이다.

 인터컨티넨탈은 중국 에서 한국 연예인을 동경하고, 최고급 ‘스·드·메’ 촬영이 유행이라는 것에 착안했다. 국내에서도 최정상급인 이명순웨딩·김청경헤어페이스·청스튜디오로 웨딩촬영 패키지를 구성했다. 또 촬영 내내 중국어가 능통한 직원이 동행해 특급호텔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서비스를 차별화했다. 이 호텔이 공격적으로 중국 마케팅에 나선 것은 올해부터다. 사상 처음으로 중국인 세일즈 매니저를 뽑고 올 5월 중국 고객 모집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대규모 설문조사 등 중국 전략을 세웠다. 중국 현지 여행사와 24시간 핫라인도 구축했다. 중국 현지 유학생들을 채용해 마케팅에 투입했다.

 그동안 특급호텔은 중국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웨딩사진 찍는 데만 1000만원 넘게 쓸 정도의 ‘큰손’을 무시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 호텔에서 연회를 연 중국 고객이 1000명인데 올해는 예약 상황 등을 볼 때 3000명이 넘을 것”이라며 “중국 고객용 연회 음식, 중국 고객이 좋아하는 붉은색 인테리어 등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리츠칼튼호텔은 한복 차림 응대, 호텔 내 피부과·성형외과 패키지, 중국어판 서울 관광지도 등을, 플라자호텔은 중국차 소믈리에 서비스, 그랜드힐튼호텔은 중국 고객만을 위한 용무늬 슬리퍼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각 호텔]

 중국 고객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최고급 호텔로 꼽히는 리츠칼튼서울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중국어판 서울 시내 안내지도를 제작했다. 영어와 한국어만으로 된 지도를 중국 고객이 불편해했기 때문이다. 리츠칼튼에서도 중국 고객은 큰손이다. 호텔 안에 있는 피부과·성형외과에서 쓰는 돈만 해도 1인당 300만~2000만원이다. 리츠칼튼은 중국 고객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상주하며 1대1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고객이 가벼운 치통만 있어도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직접 호텔 근처 병원에 모시고 가서 치료 과정 내내 돕고 호텔로 모시고 돌아온다”고 말했다.

 국경절 기간을 맞아 1일부터는 입구에서 한복과 수문장 복장으로 투숙객을 맞고, 로비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장식했다. 리츠칼튼의 경우는 글로벌본사 차원에서도 중국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럭셔리브랜드로서는 최초로 중국의 소셜미디어 채널인 시나웨이보에 계정을 열고, 중국에서 영원과 지혜를 상징하는 푸른색을 바탕으로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중국 고객의 취향도 세심하게 살핀다. 플라자호텔에서는 중식당인 도원에 ‘중국차(茶) 소믈리에’를 여럿 두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인한 차 자격증이 있다는 김하연 소믈리에는 “음식에 맞는 차를 내놓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전통 다구를 이용해 후식차 서비스도 한다”고 말했다. 이 호텔은 이번 국경절 연휴 때 중국인 투숙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늘었다.

 그랜드힐튼호텔은 중국 고객 전용으로 객실 슬리퍼까지 제작했다. 힐튼 호텔을 상징하는 푸른색 바탕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용무늬가 커다랗게 들어가 있다. 이 호텔 관계자는 “3개월 만에 중국인 고객 수가 40% 증가했다”며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중국 고객 문의가 5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의 경우는 모든 레스토랑에 중국어로 메뉴를 표기하고 있다. 조식 뷔페와 룸서비스에도 죽·딤섬 등 중국 고객 전용 메뉴를 별도로 만들었다. 또 워커힐면세점에서는 유독 고급 시계를 선호하는 중국 고객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고 마치 패션쇼처럼 고급 시계·보석쇼를 연다. 고급시계브랜드 피아제의 전시회도 유치했다. 한편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에 주목해 8·88·888달러 특가 상품과 국산품 8% 할인, 888달러 이상 구입하면 사은품 증정 등 이벤트도 연다.

 한국 방문 목적에 맞춘 VIP 서비스도 있다. 강남에 있는 임피리얼팰리스서울은 중국 VIP 고객들이 인근 압구정·청담동 등에서 의료 관광을 하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룸서비스 메뉴에 소화가 잘 되는 흰죽·두유·수프, 중국에서 가정식으로 즐겨 먹는 청경채 굴소스 등을 추가했다. 이건우 중국VIP 마케팅 담당 과장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중국 VI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고급 세단 이용 서비스 등 럭셔리 패키지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급호텔 중국인 고객에게 고급 백화점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인터컨티넨탈의 스·드·메 패키지 이용 고객에게는 퍼스널 쇼퍼가 1대1로 쇼핑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호텔까지 구매한 제품을 모두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하고, 마일리지 카드도 별도로 제공할 예정이다. 중국 VIP고객이 즐겨 찾는 갤러리아명품관은 올해 처음으로 ‘차이나 VIP 바우처 서비스’를 한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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