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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시론

국군의 최강 무기는 국민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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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대영
중앙대 교수
국군의 날 행사 총감독

30년 전 논산훈련소에서 자대 배치를 받던 날이었다. 불안감에 휩싸여 뜬눈으로 지새운 새벽, 푸른 연병장에 모여 목청이 터져라 “간다, 간다, 열차 1113”을 외쳤다. 초여름의 낮은 어둠을 뚫고 열차가 도착한 곳은 용산역이었다. 아침 해를 등에 이고 삽자루와 곡괭이를 견장처럼 두른 살벌한 군용 트럭이 유령처럼 우리를 반겼다. ‘아, 공병대로구나’. 그렇게 안양을 거쳐 부평의 한 대대로 배속된 우리는 선배들에 이어 울진고속도로를 마저 다 뚫고 남한산성의 육군교도소를 장호원으로 옮기는 대공사를 담당했다. 그로부터 30년 뒤 국군의 날 행사 총감독이 돼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공병대 장병이 설치 예술가처럼 멋지게 행사시설을 짓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물어보니 내가 근무했던 부대 소속이란다. ‘아, 이런 우연이…’. 자식과도 같은 후배들을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 알 수 없는 기쁨에 눈물이 번졌다. 이 세상에 우연은 없는 것이다. 국군의 날 행사단 총감독으로서의 내 업무는 운명처럼 그렇게 시작됐다.

 이번 행사의 메가폰을 잡으면서 국민에게 과연 무엇을 보여드려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이번 행사를 통해 꼭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군에 대한 나의 우직한 믿음이다. 65년 전 소총 하나, 탄환 한 발조차 자급자족이 힘들었던 우리 국군이 이젠 현무·스파이크 등 최신예 무기체계를 갖췄다. 선진정예강군의 장쾌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대한민국 국군이 지켜야 할 최우선 대상이 바로 국민이기에 국민의 곁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신뢰의 우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사상 최대 규모로 준비되고 있는 올해 국군의 날 행사에 참여하면서 가장 욕심을 낸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예컨대 국군의 날 행사의 주제어와 엠블럼을 인터넷 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국민이 바라는 꿈과 희망, 국민행복의 시대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SNS와 스마트폰을 통해 국민이 직접 장병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모았다. 육군·해군·공군·해병대의 다양한 활약상과 국군의 친근한 모습을 온라인으로 펼쳐 보여줬다. ‘I Believe 국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국민이 직접 동영상으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와 우리의 가족인 국군 장병에게 전국 각지, 각계각층에서 보내준 격려와 축하 메시지가 주렁주렁 매달린 ‘감사희망나무’ 캠페인이 전국에서 개최됐다. 아울러 국군의 날을 계기로 학생 및 국민 안보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퀴즈의 신’ 온라인 이벤트 등 다양한 국민 참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특히 올해는 정전 60주년, 한·미 동맹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로 서울공항에서의 성대한 기념식에 이어 오후에는 숭례문에서 광화문, 동·서대문에 이르는 대규모 시가행진이 펼쳐진다. 이를 위해 시청 주변과 청계천 광장에서는 우리 대한민국 국군의 위용과 추억을 되살리는 각종 전시회와 음식 이벤트가 준비되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국민 사열대다. 각계각층의 국민이 직접 사열대에 올라 국군의 늠름한 행진을 지켜보며 ‘국민의 군대’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울러 10월 6일에는 기념식이나 시가행진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다시 보는 국군의 날 행사’를 한강과 반포 둔치에서 ‘열린음악회’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국군의 가장 강력한 무기체계는 바로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와 성원과 지지, 그리고 변함없는 우정이다. 국민과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우리 군의 정성과 노력이 국민께 행복한 감동의 눈물을 추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국군의 날을 ‘강한 국군! 튼튼한 안보!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구호 속에 국민과 함께하는 자유와 평화의 축제로 승화시켰으면 한다.

이대영 중앙대 교수 국군의 날 행사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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