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찾아야 할 교향악단 운동|반성속에 모색해보는 그 문제점과 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립교향악단 지휘자인 임원식씨가 지난 12월24일 단원처우문제에 관련해서 사임했다.
단원의 처우문제가 가장 큰 이유로서 지적되었지만 임씨의 사임을 계기로 우리나라 교향악단운동은 전반적인 반성의 기회를 갖게된 것 같다.
이 기회에 나는 과거 교향악운동에 참여했던 체험을 토대로 우리의 교학악단운동의 현실을 살피면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운영상에 있어서 가장 바람직한 체제는 반관반민의 형태일 것 같다. 국가가 1년 예산을 한꺼번에 지급하고 교향악단이 스스로 연주회 수익을 가지고 운영에 자유재량권을 갖는 형태여야 한다. 국가는 예산을 원조형식으로 주고 민간유지들의 기부로 법인체를 만들어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어야 겠다.
국립교향악단이건 시립교향악단이건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관반민의 경우 운영책임을 맡은 상무이사는 지휘자의 선정, 정기공연의 독주자 선정, 단원채용, 일반경영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책임을 갖기 때문에 교향악을 잘 아는 행정력있는 유력인사여야 한다.
반관반민의 체제가 아닌 현재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단장이 음악, 특히 교향악전문가라야겠다는 것이다. 현재 「시향」은 단장이 부시장으로 돼있고 공보과장이 일을 전담한다고는 하지만 운영이 원활하지 못하다. 또 「국향」의 단장도 국립극장장으로 되어있지만 극장장이 연극·「오페라」·무용등을 혼자 맡고있어 교향악단의 원활한 운영, 발전을 기대하기 곤란한 것이다.
지휘자는 전임지휘자제를 택해야 할 것이다. 단장 또는 상무이사는 상임지휘자보다는 전임지휘자를 두도록하고 그 계약에 신중해야겠다.
NHK의 경우에도 상무이사는 음악만을 전담하는 전임지휘자를 l년의 계약기간으로 채용하고 있다.
과거 시향이 단장과 상임지휘자를 김생려씨 한사람이 겸하고 KBS교향악단이 임원식씨 한사람에게 맡긴 것 같은 폐해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될수록 상임지휘자제도를 피해야한다. 협력이 집중되는 데서 독선과 독단이 생기고 좋은 연주회의 독점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지휘자가 혼자서 한 교향악단을 너무 장기적으로 맡게되면 그 개인의 역량에도 한계를 느끼게 될뿐더러, 타성에 빠져 악보를 깊이 연구하지 않고 연주하게 되고 『새로운 「레퍼터리」를 찾지 못하는 지휘자』라는 낙인을 찍히게 마련인 것이다.
또 연주가는 외국에서 자주 불러들이면서 지휘자는 별로 초빙하는 경우가 적은 것도 여기에 큰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최근 들리는 것같이 외국인지휘자를 상임지휘자로 초빙하는 것같은 처사도 온당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외국인 상임지휘자와 단원관계등 운영의 곤란성은 훨씬 심각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 지휘자를 전임지휘자 또는 객원지휘에 그쳐야 한다.
이에관련해서 단원의 처우문제가 핵이 된다. 단원은 현재 l년 계약제로 되어 있으나 거의 지속적인 단원이 대부분이다. 우수한 교향악단은 우수한 단원들의 모임이라는 분명한 사실때문에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조성은 대우개선이 첫째다. 대우가 개선된 다음에 공부안하는 단원을 대체하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단원들은 평균 1만5천원으로, 한때 「시향」이 촉탁제로 일반공무원보다 많은 봉급을 받았으나 몇차례의 공무원 봉급인상뒤에는 역전된 상태다. 이러한 대우로는 도저히 생활이 가능하지않고 연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대우개선을 위해서도 반관반민의 법인체 형태가 바람직하다.
일종의 기술직인 때문에 젊었을때 봉급을 많이 받을 필요도 있다. 늙으면 젊었을 때와 같은 빛나는 연주를 계속하지 못할 우려도 있으며, 일반직의 경우같이 승급을 기대하기 보다는 기술퇴보로 해고의 위험도 갖는 것이다.
악기문제에서 보면 악단에서 「팀파니」 「콘트라베이스」 「튜바」등 큰 악기만은 구입하지만 단원이 자기의 악기를 개인적으로 구입해서 길들여가져야 하는데 생활이 잘 안되기 때문에 좋은 악기를 마련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세계적인 수준에서 아직 떨어지고 있는 일본의 NHK도 「바이얼린」의 경우 최저 20만원짜리를 쓰고 보통 60-70만원상당의 악기를 쓰는데, 우리의 경우 제일 나쁜 것은 5만원정도의 「바이얼린」을 쓴다. 관악기의 경우는 또 10년정도면 손상이 많은데 이것도 쉽게 대치못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볼때 교향악단의 운영에는 문제가 많은 것이다. 정부의 문화정책이 보다 과감해야겠고 문화단체들의 지원도 기대된다. 일본의 「독매신문」이 3년전 「독매교향악단」을 창설하고 일본음악계를 「리드」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한국의 언론기관도 이 방면에 관심을 기울일 시기가 오지 않았을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