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에는 나의 설계와 소망-신수정(피아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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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베토벤 탄생 2백주년이던 70년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음악회가 열렸던 활발한 한해였다. 외국의 연주가와 해외에 유학중인 한국인 음악가들의 연주,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 음악계의 중진급 교수들이 오랜 침묵을 깨뜨리고 가졌던 발표회들이 연달아 열렸었다.
이러한 연주회의 홍수속에 두번의 연주를 갖고 비교적 조용히 한해를 보냈던 피아니스트 신수정씨는 『활발했던 연주활동에 비해 음악과는 상관없는 다른 요인에 의해 음악회가 좌우된 것 같다』는 소감을 말한다.
베토벤·페스티벌 개막연주회와 5번째 음악회에서 연주했던 신수정씨는 음악과 상관없는 요인이 음악본질보다 어떤 점에서는 더욱 결정적이고 성가신 영향을 한국의 음악가들에게 주고 있다고 말한다.
신수정씨 자신은 빈에서 돌아온지 2년반만인 초년여름 미국 피바디·서머·스쿨에서 두달간의 짧은 시간이나마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었음을 큰 수확으로 꼽고있다. 특히 그곳에서 만났던 레온·플라이셔에게서는 일찌기 경험할 수 없었던 감명을 받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신수정씨는 7l년도에 몇차례의 해외연주를 계획하고 있고 또 작년과 같은 좋은 기회를 얻어 외국에 나가 좀더 배우고 싶은 희망을 꿈꾸면서 한국이라는 좁은 환경에 폐쇄되어 있는 우리나라 음악가들에게는 더 넓게 살고 싶은 것이 공통적인 소망일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연주활동만을 위해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있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훌륭한 음악가를 탄생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대성한 한국음악가나 외국연주가들이 쉽게 오갈수도 없다면서 한국의 지리적인 여건도 음악교류에 큰 장애가 된다고 음악인의 고충을 지적한다.
『빈에서 배운 것은 한개 한개의 테크닉보다는 전체적인 예술의 분위기였습니다.』 한국어를 쓰면서는 배울 수 없었던 음악과 생활의 리듬을 알게 된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고 이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어린시절부터의 외국유학이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음악시장이 좁은 것, 대 음악가도 못되면서 시민회관같이 큰 극장에서 관객없이 텅빈채 연주해야되는 시설여건, 시장이 좁기때문에 연주보다는 교수에 더 많은 시간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점이 우리나라 음악가의 어려움으로 꼽혀질 수 있다.
『일생을 바쳐 공부할 수 있는 남자들보다는 제약을 많이 받는 여자가 연주가 지망생중에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 음악가로서의 자질향상보다는 입상을 위해 1년씩 콩쿠르곡만 연습하므로 생기는 공백, 남자들의 군대복무, 어려운 해외여행등 어둡게 하는 점이기도 합니다.』
l월16일 동경에서 NHK교향악단과 연주할 모차르트협주곡 21번, 작년에 일부러 미루어왔던 베토벤 중심의 독주회(3월)를 준비중인 신수정씨는 인간성의 변화가 일어나고 나이가 들고 음악속으로 빠저 들어갈수록 음악이 점점 어렵고 두려워진다면서 아직 확신을 얻고 있지 못하다는 심정을 겸손히 털어놓는다.
국가의 경제적인 뒷받침, 해외유학과 여행의 특전, 개인과 학교의 힘으로는 어려운 외국교수 초청이 정부의 협력으로 원활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신수정씨는 환경을 확대시켜 넓게 살아, 넓은 음악세계를 가지려는 우리나라 음악가가 모두의 꿈이 이해에 결심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영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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