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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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야간에 공천경합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그 치열한 모습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라 한다.
특히 여당의 경우에는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보는 모양이다. 경합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금배지의 매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는 얘기도 된다. 『영국의 민중은 자기네가 자유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의회의 선거기간뿐이다. 의원이 선출되는 순간부터 민중은 그 노예가 되고 그 존재는 무가 된다.』
이렇게 루소는 의원정치를 비꼰 일이 있다. 그런가하면 또 19세기의 이탈리아수상 카불은 수상으로서 제일 약하고 허전하게 느끼는 것은 의원폐회기간 중』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의원들의 비판이 있어야 자기가 한 정치의 과실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그 어느쪽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 큰 사람들이 직경 1·5cm의 금배지를 달겠다는 유혹을 물리치기는 여간 어려운게 아닌 모양이다.
우선 국회의원은 2백4명밖에 안된다. 희소가치만을 따진다해도 1천명이 넘는 대학교수, 사장들과는 비교도 되지않는다. 물론 국회의원에 대한 민중의 존경심은 해마나 떨어져가고 있는게 사실이다. 한 직업에 대한 사회적 존경도에 따라 사람의 위신도 달라진다. 따라서 존경도는 떨어져 가는데 위신만 차리려는데는 그만큼 남댜른 매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선 존경도에 반비례해서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고 있는 가보다. 여기에도 세태가 반영돼 있다고나 할까.
국회의원이라고 떼돈을 벌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식 급여는 13만2천원. 수당이다 정보비다 다를 합쳐도 한달에 29만l천7백원밖에 되지않는다.
요까짓 돈으로 선거민 대접이며 선거운동비를 꾸려 나가려니 그 노고와 심려도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물론 액면대로만 계산할 때의 얘기다.
여기에 비겨 국회의원이 되기까지에 치러야 할 리스크는 너무나 크다. 공화당에서는 이번 낙선자들을 정부에 등용하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공천을 받는다해도 역시 갈수록 태산인 것이다. 그래도 좋으니 한몫 끼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역시 금배지는 우리가 모를 색다른 매력이 있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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