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빅데이터'…의료계 숙원 풀 수 있을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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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비용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이 같은 의료계의 숙원을 ‘빅데이터’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급격히 변화하는 의료 시장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빅데이터 안에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각종 수치 자료뿐 아니라 문자, 영상을 포함한 대규모 데이터를 말한다. 빅데이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들어 데이터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양이 방대해졌기 때문이다. 트위터에는 하루 약 1억 5500만 건이 올라오고, 유튜브(YouTube)에는 하루 평균 40억 회의 동영상이 재생된다. 전 세계 정보의 90%는 최근 2년 동안 만들어졌다. 게다가 데이터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다. 이를 분석하면 사람들의 행동양식, 생각, 의견을 분석하고 나아가 예측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빅데이터는 헬스케어 분야에도 무궁무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우선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의료비용은 낮추면서 환자들에게 최상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만성질환의 증가와 인구 고령화로 의료비 상승이란 심각한 사회적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 국민 의료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1%인 251조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9% 수준인 81조3000억 원의 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일본도 비슷한 상황으로 지난해 일본 정부는 의료비 부담 해결을 위해 ‘고령자 본인 부담액’을 10%에서 20%로 상향 조정하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안을 마련했다.

과도한 의료비 지출은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해 부담하는 비급여 의료비는 21조원에 달한다. 의료비 부담이 소위 아파도 약을 사고 병원을 갈 수 없는 ‘메디칼 푸어’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높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니즈 역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수명의 증가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환자들은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원하게 된다.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면서 생활 밀착형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당뇨, 고혈압, 비만과 질환은 과거에 비해 더욱 증가했고, 암과 같은 급성기 질환 대부분도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지속적인 관리와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됐기 때문이다.

빅데이터…헬스케어 분야에도 적용

빅데이터를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간단한 예로 나이키는 최근 하루 동안 운동량을 모두 체크할 수 있는 팔찌형태의 ‘퓨얼밴드’를 선보였다. 팔에 차고만 있으면 하루 동안의 걸음수, 칼로리 소모량,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데이터는 앱을 통해서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 이를 응용하면 개인별로 효과적인 운동의 방법, 종류, 시간대를 찾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보다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방법도 연구, 개발되고 있다. 바로 ‘자연어(natural language)’를 분석할 수 있는 IBM의 슈퍼컴퓨터 ‘Watson’이다. Watson은 2011년 미국의 유명 퀴즈쇼에서 챔피언 두 명을 압도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Watson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사람이 자연적으로 쓰는 문장의 형태를 분석하고 계산한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일반 컴퓨터와 달리 ‘이것은 한국의 전통 음식으로 절인 배추, 고추가루, 마늘이 사용된다’를 이해해 답을 낸다는 것이다.

IBM사는 Watson을 암 진단 및 진료 분야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Watson은 실제 의료기관에서 활동하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했다. 지난해에는 뉴욕의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MSKCC)’ 병원에서 일종의 ‘레지던트’로 활약했다. 의사들이 어떻게 암을 진료하고, 진단하며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익히기 위해서이다.

이후 암 연구와 관련된 60만 건의 의학적 근거, 42개 의학저널과 임상 데이터로부터 200만 페이지의 분량을 학습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에게 특정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가능한 치료법들을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연구 결과, 환자 개인의 정보 등을 이용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치료 방법을 의사에게 권고해주는 것이다. Watson은 특정 환자에게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을 우선순위를 나눠서 각각 권고하고, 근거 자료를 제시한다.

빅데이터, 의사 결정 속도·치료 정확도 높여

실제 Watson과 같은 빅데이터 시스템이 도입되면 의사들의 의사 결정은 더욱 빨라지고, 효율적으로 변할 수 있다. 치료 성적도 더욱 좋아질 수 있다.

향후에는 지노믹스 연구와 연결되면 개인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의료(Personalized Medicine)가 가능하다. 한발 나아가 질병을 미리 예측하고 막을 수 있는 질환을 찾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신약 개발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가톨릭의대 의료정보학교실 윤건호 주임교수는 “3개월에 한 번씩 오는 만성질환자에게 3분 만에 가장 적절한 답을 주기에 무리가 많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의료 서비스를 질을 높이는 것에서 나아가 질병을 예방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것은 결국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정보를 이용한 환자관리 수단은 환자 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의 질을 향상 시킴으로써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고자 하는 데 있는 것임을 잘 이해하여야 한다. 즉 이러한 개선은 현재의 진료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지 대치할 수는 없다는 것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빅데이터를 헬스케어 분야에 직접 적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는 빅데이터를 활용하기에 알맞은 환경이 이미 구축돼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그것이다. 거기에 대다수의 의료기관은 전자차트를 사용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얼마든지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은 구성돼 있다는 얘기이다.

빅데이터, 정책적 노력 수반돼야

빅데이터가 보다 적극적으로 헬스케어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의료기관 별로 상이한 양식을 통일 하는 ‘표준화’에 있다. 이 작업은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의료기관 별로 다른 양식을 통일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돼야 한다. 개별 기관에서 감당하기 힘든 작업이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의료서비스도 눈여겨봐야 한다. 단순한 치료 행위 보다는 치료의 질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필름 X-레이가 사라지고 PACS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도, 정부가 수가를 ‘신설’하면서부터다. 약간의 정책적 노력이 결국 엄청난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윤건호 주임교수는 “빅데이터라는 거대한 흐름은 이미 세계적으로 시작됐다”며 “우리가 이 흐름을 타고,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지는 결국 우리가 어떠한 자세로 이 문제에 대응하는 가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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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영 기자 syhan@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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