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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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예기에 옥불탁이면 불성기라, 인불학이면 불지도라는 말이 있다. 옥도 다듬지않으면 훌륭한 것이 못되고 사람이 배우지 못하면 길도 모른다는 그 진부한 말이 이제사 수긍이 간다.
나는 어려서부터 선물이라곤 통 받아본 적이 없다. 구태여 받은게 있다면 부모님한데 물려받은 가난뿐이다. 아직까진 그것이 굉장한 설움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젠 나이 젊은 나에겐 가장 멋진 액세서리라 믿고싶다. 신해년에 받은 이 채찍선물도 부모님이 물려주신 가난과 무엇이 다르랴. 하니까 우선 고향의 부모님껜 새배나 드리고, 채찍을 선물하신 심사위원님껜 계속 정진할 약속으로 보답하련다. 그리고 생전에 많은 격려와 편달을 주신 스승 고신동엽님께 뒤늦은 세배를 드리며, 나를 아껴준 사람들과 미워하던 사람들 한테도 초라한 엽서를 쓴다. 올 겨울도 여전히 건강하냐며, 나도 아직 건강하게 살아있다고.

<약력>
▲충남보령태생(28세) ▲서울 대동상고졸 ▲서라벌예대문예창작과졸 ▲월간문학 제6회 신인작품 당선 ▲주소=서울마포구도화동376의17(본명=임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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