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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이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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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해는 신해년. 나라나 국민이 돼지처럼 살찌고 건강한 한해가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 간절하다.
돼지는 원래 맷돼지였던 것을 인간이 가축으로 길들였다. 그 시기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으나 대략 l만년전이라고 추측한다. 멧돼지는 머리몸과 앞몸통(전구)이 크고 허리아래(동체)는 짧으며 사지는 장대하다.
반면 집돼지는 뼈대가 가냘프고 짧아졌고 동체는 오히려 길어졌다. 지방이 많고 빨리 자라며 새끼도 많이 쳐서 최고 24두까지 낳는다.
집돼지는 지구상에 모두 l백여 품종이 있다. 털색이 검은 것, 붉은 것, 반점이 있는 것, 귀가 곧바로 선 것, 처진 것등 가지가지이다. 발바리처럼 몸이 작은 것이 있는가하면 4백50kg이 넘는 것도 있다.
세계서 약 2억5천만두를 사육한다. 돼지를 가장 잘 이용하는 나라는 미·영·덴마크등인데 이들 나라에서는 햄 베이컨 소시지등을 제조해 식생활을 윤택하게 할뿐 아니라 돈육가공업과 양돈업이 발달하여 국가경제에도 이바지 하는 바가 크다.
돼지의 특성을 보면 재미있는 점이 많다.
음식을 억척같이 잘 먹어 살찐 사람을 보면 우리는 돼지같다고 놀려댄다. 사실 돼지는 먹성이 좋고 잘 자란다.
조비성이라고 하는데 체중 1kg 증가하는데 사료는 3∼3·5kg정도 먹이면 된다. 체중증가에 소요되는 사료량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뿐아니라 하루에 0·5∼0·7kg씩 늘어나 팔때까지의 90kg이 되는데는 1백70∼2백10일밖에 안걸린다.
돼지는 새끼를 많이 낳기때문에 농가에서 돈을 불리는데도 안성마춤이다. 다산성이어서 한배에 10마리씩 자주 낳는다. 임신기간이 1백14일이고 젖먹이는 기간이 50일, 그리고 열흘간 휴양하면 곧 임신이 가능하여 1년에 두배 낳는다. 최고 10년동안 번식할 수 있으니까 일생동안에 2백마리를 낳을 수 있다.
돼지는 흙을 좋아한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흙속의 무기물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돼지는 억센 콧부리(비문)로 땅을 파서 무기물·풀무리따위를 섭취한다. 바닥이 콘크리트라면 부식토를 따로 넣어주는 것이 좋다.
돼지는 비벼대기를 좋아한다. 피부에 땀구멍과 피지선이 발달하지 못해서 피부의 기능이 약하다. 더위와 추위에 견디는 힘이 약하고 저습한 환경도 좋아하지 않는다.
목은 밭고 꼬리는 짧아서 가렵거나 벌레에 쐬어도 소처럼 적당히 처리하지 못한다. 결국 몸을 울타리에 비벼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사람이 늘 피부를 긁어주고 닦아서 깨끗이 손질해야 한다.
돼지는 병에 잘 견디어 튼튼하지만 체온조절에는 약하다. 더워도 땀을 충분히 흘려 체온을 밖으로 발산하지 못한다.
돼지를 운반할때 네발을 묶어 직사일광을 받게하면 체온이 높아져 도중에 열사병으로 죽고 만다.
돼지는 부와 번영·건강등을 상징한다. 신해년은 우리민족이 번성하고 부강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이기만(건대축산대교수.가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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