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만난 대신 말로 통한 오바마·로하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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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핵 개발 문제로 대립했던 미국-이란 관계가 급속히 해빙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귀국길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핵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같은 양국 정상 간 대화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이다. 외신들은 “15분 동안 이뤄진 이번 전화 통화는 방미 중 미국이 제안했던 양국 정상 간 만남을 정중히 거절했던 로하니 대통령의 답례”라고 분석하고 “양국 관계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런 분위기가 이란 핵 문제 해결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화 통화 후 백악관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각자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게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전화를 끊을 때) 오바마 대통령에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내게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처럼 양국 관계가 대립에서 화해 모드로 바뀌었음에도 이란 핵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양국이 대내외적으로 복잡한 상황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당장 로하니 대통령은 귀국 후 반대파들로부터 계란과 신발 투척을 당했다”며 “이란혁명 이후 미국을 적대시했던 이란의 민심을 달래는 것이 로하니의 과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의 입장에선 이란으로부터 직접적인 안보위협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 내 강경파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스라엘은 “이란의 유화책은 핵 개발 시간을 벌기 위한 계략으로 북한과 유사한 협상 전략을 쓰면서 결국은 국제사회를 기만할 것”이라며 “핵 문제로 인한 경제제재를 완화하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케리 국무장관과 자리프 외무장관의 27일 뉴욕회담에 이어 다음 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장관급 후속 회담을 이어갈 계획이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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