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해외진출은 성장동력 … 철저한 준비 갖춰야 성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지난 7월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오른쪽)이 취임 당일 영업점을 찾아 고객과 대화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KB금융’을 선언한 임 회장은 성공적인 해외 진출과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 KB금융그룹]

“해외 진출 대상국가의 시스템이나 플랫폼 구축을 잘 해야 한다. 진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는 측면이 있지만 새로운 위험에 노출된다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27일 KB금융 창립 5주년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해외 진출의 득실을 잘 따져 내실있는 진출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양한 해외 투자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두루 맛본 과거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KB금융그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성공적으로 해외 투자를 마무리한 경험을 갖고 있다. 2003년 인수해 2008년 매각한 인도네시아 뱅크 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BII) 얘기다. KB는 당시 싱가포르 테마섹, 영국 바클레이즈은행 등과 설악컨소시엄을 구성해 현지 6위 은행인 BII를 인수했다.

 전체 지분의 12.75%를 835억원에 사들여 경영에 참여하다 5년 뒤인 2008년 이 지분을 3670억원에 매각했다. 이 거래로 2334억원을 벌어 연 37%라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KB의 BII 투자는 기껏해야 지점 두세 개를 가진 미국 현지 교포은행 인수에 머물렀던 국내 금융권의 해외 진출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계기로 꼽힌다.

 2009년엔 캄보디아 크메르유니온뱅크를 인수해 KB캄보디아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총자산 1300만달러 규모의 소형은행 지분 51%를 100억원을 들여 샀다. 대한전선, 경인전선, 포스코 등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은행을 인수해 동남아권 영업력 강화를 꾀한 것이다.

 아픔도 있었다. 2008년 지분 41.9%를 사들인 카자흐스탄 BCC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적자를 내면서 이제 막 취임한 임 회장과 이권호 행장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되고 있다.

 이 행장이 취임 뒤 첫 해외 출장지로 직접 카자흐스탄을 다녀오기도 했다. KB금융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선(先) 점검 후(後) 진출’로 바뀐 것도 BCC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외진출이 KB금융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임 회장 취임 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한층 효율적인 해외진출 전략을 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KB금융은 곧 해외 네트워크의 리스크에 대해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관련 담당 조직뿐 아니라 리스크관련 부서와 그룹 산하 경영연구소가 서로 협력해 주요 사업장인 일본 및 중국을 포함해 모든 지역을 제로 베이스에서 점검할 예정이다.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해 가장 중시되는 건 철저한 사전 준비다. KB금융은 이를 위해 진출지역의 비즈니스 환경 및 리스크 요인 점검, 경영관리체제 강화, 해외진출 시 영업에 활용할 수 있는 심사역 등 전문적인 해외진출 인력기반 확충 등을 짜임새 있게 준비할 방침이다.

 일단 진출하면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현지 영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해야 한다. KB금융은 이를 위해 해외지점 개설 및 해외 금융회사와의 업무 제휴 등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북경지점을 여는 등 현재 10개 국가에 16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갖췄다.

런던, 홍콩, 캄보디아, 중국 등 4개 국에선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뉴욕과 광저우, 쑤저우, 하얼빈, 북경, 동경, 오클랜드, 호치민, 오사카 등 9개 도시에선 지점을 두고 영업중이다. 하노이와 뭄바이엔 해외사무소가 있다.

 직접 진출이 어려운 국가에선 주요 현지은행과 업무제휴를 맺어 고객을 지원한다. 인도 ICICI은행,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상업은행, 요르단 아랍은행, 인도네시아 만디린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직접 진출하는 네트워크와 현지은행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기업들과 ‘윈-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