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 리포트] '프리우스' 만드는 도요타 쓰쓰미 공장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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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의 쓰쓰미 공장에서 직원들이 프리우스를 조립하고 있다. 이곳에선 하루 1442대가 생산된다. [사진 도요타]

프리우스, 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최강자다. 1997년 첫선을 보였고 지난 6월 누적판매 300만 대를 넘어섰다. 라틴어로 ‘선구자’란 뜻인 이름처럼 시장을 선도해 온 것이다. 이런 프리우스를 만드는 도요타의 쓰쓰미 공장(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은 규모부터 남달랐다. 1970년 완공된 이 공장은 야구장 23개 규모(대지 114만㎡, 건평 61만㎡)다.

 그러나 진짜는 덩치가 아닌 속살에 있다. 지난 25일 찾은 쓰쓰미 공장에선 차체가 완성된 후 차문을 다시 떼어냈다. 떼어낸 문은 좌석, 대시 보드 등 내장재를 넣는 단계가 끝날 때까지 벨트 위쪽에 매달려 흘러간다. 내장재 조립이 끝나면 차문은 다시 조립된다. 도요타 관계자는 “거치적거리는 문이 없기 때문에 작업 능률이 높고, 차체에 생채기가 날 가능성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작업 효율도 높다. 7만5000㎡ 규모의 용접 라인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500대의 로봇이 쉼 없이 용접 불꽃을 튀길 뿐이었다. 이 로봇은 프리우스의 차체 4000군데를 용접해 400개 부품을 붙인다. 자동화율이 97%에 달한다. 수요에 맞춘 탄력 생산 시스템도 갖췄다. 쓰쓰미 공장은 두 개 라인에서 하루 1442대의 차를 만든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비율은 1라인이 81%, 2라인은 96%다. 한 라인에 프리우스와 사이언 tC 등 다른 브랜드의 차종이 섞여 흘러간다. 헛갈릴 듯하지만 필요한 시간에 정확한 양만큼 차종별 부품이 공급되는 시스템이 있어 공정은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도요타 측은 “‘혼류 생산’을 통해 수요에 따른 탄력적 차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생산시스템이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합쳐지면서 만들어낸 게 오늘의 프리우스다. 프리우스의 공인 연비는 일본 기준 38㎞/L(한국 기준은 21.0㎞/L)에 이른다. 3세대 프리우스의 특허는 1261건이다. 내년 3월까지 책정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관련 연구개발비는 8900억 엔(약 9조7000억원), 설비투자는 9100억 엔(약 9조9000억원)이다. 도요타의 고니시 고키 홍보담당 상무는 “97년 도요타가 출시됐을 때 모두 성공을 의심했지만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생산 효율화로 하이브리드 시대를 열었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고니시 상무는 “도요타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하지만 이 가운데 40%가 하이브리드 차량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2015년 말까지 하이브리드 차량 18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기범 객원기자

 프리우스를 비롯해 도요타 하이브리드 차량의 성장에는 ‘친환경 차는 친환경 공장에서’라는 도요타의 생산 원칙이 큰 몫을 했다. 친환경 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닌 생산 자체가 친환경인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쓰쓰미 공장의 바로 옆 숲에는 반딧불이와 장수풍뎅이가 산다. ‘공장의 숲’은 2008년 도요타 임직원과 지역 주민 등 5000명이 5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조성했다. 일본 최대 규모의 식수 행사였다. 도요타는 쓰쓰미 공장에서 나오는 하루 5000t의 폐수를 정화해 방류한다. 이 물로 만든 공장 앞 연못엔 송사리와 잉어가 헤엄치고 있었다. 공장 외벽은 광촉매 도료로 칠했다. 햇볕을 쬐면 활성탄소가 발생해 질소산화물 등 공기 중 유해물질을 분해한다. 빗물이 닿으면 세정 효과도 낸다. 공장 지붕엔 태양열 집열판 1600장을 씌워 시간당 2000㎾의 전기를 생산한다. 자동차 공장 가운데선 세계 최대급 집열판이다.

김기범 객원기자·자동차 전문 사이트 ‘로드테스트’ 편집장(roadtest.co.kr)
cuty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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