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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성확립문제의 사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주인으로서 세계를 다시보자>
197l년l월1일.
쉴새없이 움직이는 역사의 수레바퀴는 4천만 한국민과 40억 인간가족 전체의 보다나은 내일에의 희망을 안은채 또 하나의 역사의 장을 열려하고 있다. 기하학적 변화의 시대로 특징 지어진 지난 4반세기는 우주시대의 개원이라는 획기적 사실이 가장 단적으로 상징하듯이 기술발전이 인류의 시야를 멀리 지구를 넘어선 외계의 호리존트까지 확대해 주었지만 그반면 지구에서의 분쟁과 전란등을 더욱 격화시켰으며 이때문에 인간들 자신에 의한 인간소외를 날로 심화시키는 역리를 낳게 했었다.
이리하여 최근 수년래 세계의 양식있는 지도자 가운데서는 초기술사회의 전개와 더불어 매몰되어가는 본래적 인간 가치의 회복을 외치는 소리가 날로 높아져 가고있다. 그리고 전후세계의 이와같은 움직임 가운데서 가장 증요시해야 할 것은 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온 인류가 우주가족의 일원으로서 불가피하게 공동운명체속에 살고있다는 연대의식과 우주인으로서 세계를 다시보는 태도를 갖게된 사실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국민의 양식도 이 세계적인 조류속에서 호흡을 같이하게 되었음은 우리 대의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국내외적 도전에의 대결자세>
1971년, 한국은 국내외적으로 만만치않은 도전을 맞아야할 시련앞에 직면해 있음이 확실하다.
국내적으로는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등 양대선거를 우리 모두가 성숙한 민주주민답게 원만히 치러야 할 과제앞에 있음을 우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함께 우리는 작년이래 우리를 둘러싸고 급변하고 있는 국제정세의 흐름가운데 앞으로 어떻게하면 우리의 국가적 존립과 번영에의 의지를 꿋꿋이 지켜나가면서 확고한 한국의 위치를 세계속에 정립시킬 수 있을 것인지, 우리의 역량을 총동원하다시피 한 합심협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작년에 이르러 유엔을 비롯한 세계정치의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한 중공의 그림자와 또 세계에서도 가장 호전적인 북괴의 직접적인 침략위협을 배후에 느끼면서, 자유.평화.번영이라는 이상사회를 실현코자하는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벅찬 시련앞에 놓이게 될 것인가를 다시 생각게하는 것이다. 새해에 우리가 건곤일척, 우리의 이상을 반드시 실현시키겠다는 성실하고 힘찬 기백을 국제사회에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청신발랄한 자유사회로서의 이미지를 세계속에 부각시켜야할 주체성확립의 당위성이 여기서부터 제기된다고 하겠다.

<주체성확보가 발전의 자산>
이와같은 주체성확립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풍요속의 빈곤과 도덕적 타락이 도도한 풍조로 화하고 있는 이념사회에서의 망실되다시피한 인간적 가치를 회복하는 문제에서부터 접근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1971년 새해에 직면하게 될 정치.경제.국방.사회.문화등 생활의 전영역에 걸친 만만치않은 도전의 양상을 깊이 통찰할 때 그 극복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오직 이와같은 도덕적 차원에서의 주체성 확립의 문제로 돌아간다는 것은 쉽사리 알 수 있다. 실로 세계역사상 모든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게 한 발전의 근원을 따져보면, 능동적으로 이 주체성이라는 정신적 자산을 활용한 개인과 국가가 있었기 때문임을 우리는 깨닫지않을 수 없는 것이다.
외국원조가 종결단계에 들어섰을뿐 아니라, 외국차관 상환압력이 본격적으로 밀어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새해부터의 우리경제를 위해서도 이말은 그대로 적용된다. 객관적으로 결코 만만치않은 악조건들이 산적해있는 가운데, 우리경제가 그동안 이룩해놓은 성장의 무드를 지속하고, 여기에 가중되는 자립국방.자주경제에의 요청에 부응키 위해서는 실로 이만저만이 아닌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모든 경제인들이 주체성을 가지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위한 성실하고, 대담한 작업을 지체없이 곧 착수해야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요청이라 할 것이다.

<사고방식의 근본적 전환을>
아포리아(난제)에 부딪쳤을 때에는 문제를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근본적으로 다시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철학의 가르침이다. 1971년, 격동하는 국제정세의 흐름가운데 진부한 재래적인 사고방식이나 그때그때를 적당히 얼버무리는 고의적인 방법론을 가지고서는 도저히 문제해결에의 실마리가 주어질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지금 우리 앞에 가로 놓여진 내외의 시련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문제를 일단 현재라는 좁은 시야를 떠나서 영구한 역사의 차원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현명을 우리는 되찾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역시 다름아닌 사고와 행동에 있어서의 주체성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사회가 인간화하는 여러 단계를 논하면서 에리크.프롭은 모든 참된 변혁의 가능성의 기초는 『능동화.책임.참가등의 사념을 운동화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월간중앙』신년호부록). 주체성확립의 문제야말로 이러한 도덕적 차원의 사념을 그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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