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릭스 "이라크 사찰 더 연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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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은 26일 "이라크 유엔사찰단의 활동은 앞으로 몇개월 더 연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블릭스 단장은 이날 독일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와의 회견에서 "이라크는 현재 사찰에 실질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나 사찰은 더 연장돼야 한다"면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이라크와의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블릭스 단장은 다음달 7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사찰 결과를 보고하면서 사찰 연장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과 영국은 그동안 "사찰은 3월 7일이 마지막"이라고 주장하며 블릭스 단장의 보고 직후 안보리에서 자신들이 제출한 새 결의안 표결이 실시되면 곧바로 이라크를 공격할 것임을 암시해 왔다. 따라서 블릭스 단장의 사찰 연장 요구는 미국의 전쟁 행보에 제동을 거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라크의 안간힘=블릭스 단장은 이에 앞서 25일 기자회견을 하고 "이라크가 최근 수일간 대량파괴무기 관련 정보가 담긴 여섯통의 편지를 사찰단에 보내왔다"고 밝히고 "이라크의 협조 자세에 실질적인 진전의 조짐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라크는 편지에서 과거 생물무기를 폐기했던 한 장소에서 R-400 폭탄 두개를 발견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생물무기인 듯한) 액체가 채워져 있었다고 보고해 왔다"고 설명했다. R-400 폭탄은 탄저균 포자 등 생물.화학 제제를 채워 공중투하하는 대량살상무기의 일종이다.

그러나 블릭스 단장은 "이라크는 사찰단이 3월 1일까지 폐기를 요구한 알 사우드 미사일에 대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라크가 사찰단의 폐기 요구를 수용하는지 여부가 보고서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후세인 대통령은 "이라크는 폐기할 미사일이 없다"고 밝혔으나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에 공격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결국 이라크가 미사일 파기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미, 안보리 약소국 압박 강화=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라크의 무기 자진신고에 대해 "사담 후세인(이라크 대통령)은 지금까지 전혀 없다고 주장해온 무기를 갑자기 발견했다며 다시 한번 세계를 우롱했다"며 깎아내리고 "안보리가 새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으면 미국은 단독으로라도 전쟁을 수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도 26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해 ▶망명▶사찰에 전면적 협력▶전쟁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3자 택일안'을 제시하며 압박을 가속화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사찰단은 이라크에서 수년 동안 있더라도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국제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기회만 줄 것"이라며 사찰연장 요구를 일축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결의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칠레.멕시코.기니.카메룬.앙골라 등 다섯개 국가에 강력한 압박외교를 펼치며 결의안 찬성을 강요하고 있다.

한편,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26일 "유엔 안보리 이사국의 반대로 미국의 대 이라크전 결의안은 통과될 수 없다"며 "굳이 상임이사국인 프랑스가 거부권을 행사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사진 설명 전문>
한스 블릭스 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장이 25일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관계자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블릭스 단장은 "이라크가 폭탄 2개 등 무기 보유 사실을 자진 신고하는 등 사찰에 협조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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