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신경 건드린 서독 동진 독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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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딘·애치슨」전 미 국무장관 과「루시어스·클레이」전 주독고등 변 무관이 최근「닉슨」이 대통령을 방문하여「브란트」서독수상의「오스트·폴리티크」(동방정책)를 비평했다는 소식은 미-서독 양국 정부사이에 미묘한 반응을 야기 시키고 있다.
이들은「닉슨」대통령에게「브란트」정권의『미친 듯한 대소 접근정책』을 냉각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것은「베를린」문제에 대한 4대국 회담과도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서방측과도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는『독주』라고 비난했다.
사실 미국은 이제까지「브란트」정권의 동력정책에 대해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여 왔었다.
「조지, 케넌」전 주소대사 같은 일부 사람들은「브란트」의 동방정책이야말로 이제까지 누적돼 온 동서긴장 해결의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하여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반해 「헨리·키신저」보좌관「레어드」국방·「마틴·힐렌보란트」미 국무성 서독담당관 등은 겉으로는 지지를 보이는 체하면서도 실은 회의의 눈초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이들 신중론 자들은「브란트」정권의 대 동구접근 책이「유럽」이 긴장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원칙에는 찬성하고 있지만 이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확대, 진전 될 지에 대한 불투명 때문에 불안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미묘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터진「애치슨」「클레이」발언은 이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태도인 것 같은 인상을 서독에 풍겨「브란트」정권을 당황케 했으며 미국도「로저즈」국무장관이 이 발언을 단순한『사적견해』에 불과한 것이라고 밝혀 해명하기에 바빴다.
이에 대해「브란트」수상은 그것은『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비평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고 동서관계의 정상화와 긴장 완화를 추구하는 자신의 노력에는 변함이 없으며 아무도 이를 방해하거나 반전시킬 수는 없다고 응수했다.「로저즈」의 해명과「브란트」의 발언으로 이 문제가 표면적으로는 일단락 된 듯 하지만 그렇다고 미-서독 양국 정부간에 일고 있는 일련의『불신감』이 완전히 걷힌 것 같지는 않다. <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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