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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깨우는 '정신번쩍' 철학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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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철학자의 스크랩북
엘버트 허버드 엮음
정명진 옮김, 부글 북스
244쪽, 1만3000원

밑줄 좍 긋고 싶은 구절들만 모은 책. 제목 그대로 생각을 유도하는 명구(名句)와 명언을 수집한 어록집이다. 『레미제라블』로 이름난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날리는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 같은 이들이 남긴 몸에 약이 될 말이 이어진다.

 이를테면 “양심은 이런 논리를 갖고 있고, 운명은 저런 논리를 갖고 있다. 양심의 논리와 운명의 논리는 절대로 일치하지 않는다”(62쪽) 같은 문장이 툭툭 던져진다. 제목도 없고 주제별 정리도 되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 누구나 한 권쯤 꾸려보았을 법한 스크랩북을 닮았기에 친근하다.

옮긴이가 “독자 여러분도 그냥 틈날 때마다 읽으면 나를 되돌아보고 또 느슨해진 나를 다잡는 용기를 얻을 만한 글이 많다”고 해설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손때가 묻은 스크랩북이냐가 문제겠다. 이 책을 묶은 엘버트 허버드(1856~1915)는 스스로를 아나키스트이자 사회주의자라 생각한 자유주의자였다. 비누 방문판매원부터 기자까지 다양한 직종을 옮겨가며 살았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를 누림과 동시에 책임을 다하면서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념에 투철한 보통 시민이었다.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A Message To Garcia)’다. 이 책에도 부록으로 붙어있는 이 짧은 글은 1899년 허버드가 아들 버트와 쿠바 독립전쟁의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가 토론하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쿠바 반란군 지도자였던 가르시아 장군과 미국 사이의 연락을 책임졌던 미 육군 장교 로완은 산악지대 어딘가에 있다고만 알려진 가르시아 장군에게 서신을 전달한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며 그는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는가’ 묻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가르시아 장군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일에만 집중한 로완의 강직한 태도를 허버드는 높이 샀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가르시아 장군에게 편지를 전달할’ 그런 사람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론 같은 것은 없는 철학자 허버드의 ‘철학’을 웅변하는 글이다.

 허버드는 1915년 5월 제1차 세계대전을 취재하러 탄 영국 여객선이 독일 잠수함의 공격을 받아 침몰할 때 자신의 죽음을 선택했다. 그 극적 사연이 책 앞머리에 소개돼있다. 인간으로서 위대한 일 세 가지, 사는 법과 사랑하는 법과 죽는 법에 투철했던 그가 말한다. “철학을 살아보세요.”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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