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국회의 마지막 책임 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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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야는 13일 선거법 협상을 의한 9인 중진회담에서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의 개표를 투표구 단위로 개별 개항키로 하는 대신, 정당 추천 선관위원의 수시 교체와 투 표시 주민등록증 제시 등, 야당 측 주장을 받아들여 여-야간의 본래 합의대로 선거법개정을 매듭짓기로 했다 한다.
이로써 지난 11월말부터 선거법 협상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공전을 거듭해온 국회는 14일부터 정상화되었는데 여-야는 오는 16일에 본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 및 선거법 개정안을 일괄 처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에서 합의가 이루어져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①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의 개표 절차는 모두 개표 상에서 계 표 발표까지 2개 이상의 투표함을 개함 할 수 없으며 ②대통령 선거법도 선거사무원수나 선거인명부회람, 기타 여러 가지 사항에 있어서 합의된 국회의원선거법에 준하도록 추가하고 ③선관위원은 투표 2일 전까지는 수시 교체할 수 있게 하며④주민등록증을 소지한자만이 투표 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혼합개표와 투표구단위의 개별 개함은 각각 일장일단이 있는 제도이다. 9인 중진회담이 개표는 투표구 단위로 개별 개함 키로 합의를 보았다고 하여 이를 가리켜 개표제도의 후퇴라고는 볼 수 없다. 개표문제에 있어서 야당의 양보를 얻은 여당은 위헌 논을 걷어치우고, 정당 추천 선관위원의 수시 교체 인정과, 투표 시 주민등록증 제시 의무 등을 야당 주장에 따른 본 내 합의로 하기로 동의를 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선거법 협상이 여-야의 호 양으로 원만한 타결을 보게 된 것을 환영한다.
선거법 협상의 타결은 선거법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예산안 심의를 보이코트 하겠다던 야당의 태도를 전면적으로 완화케 하였으므로 이제 선거관계법 개정안의 통과로 새해 예산안의 통과도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예산국회 때마다 여-야가 격돌을 벌여 험한 긴장상태를 빠지곤 했던 종전의 국회 운영상황에 비추어 보면, 국회가 이처럼 정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은 크게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선거관계법 개정안 및 예산안처리의 전망이 이처럼 밝아졌다고는 하지만, 국회는 그 동안 각 상임위에 계류되어 처리가 밀린 법률안 및 청원 등이 각각 1백20건과 1백30건을 넘는 등 많은 미결안건을 그대로 방임해두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연말국회가 끝나면 여-야는 곧 총선 태세를 갖추기 위해 원외활동에 치중하게 될 것이므로 이번 국회야말로 제7대 국회를 사실상 매듭짓는 국회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국회는 법률안이건 청원이건 간에 남아 있는 미결안건을 모두 처리하고 넘어가야 할 도의책임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국민적 입장에서 주시하려고 하는 것은 속개되는 국회가 예산안 및 선거관계 법개정안만 처리하고, 나머지 산적해 있는 안건의 처리를 외면, 황급히 폐회치 않겠나 하는 점이다. 정기국회의 폐회와 더불어 곧 선거구에 돌아가 재선공작을 펴야 할 국회의원의 딱한 사정을 이해치 못하는바 아니로되, 적어도 국민을 위한 국회라면 국회의원이 입법의 필요를 느껴 자진해서 내 놓은 법안만큼은 이를 기어이 처리하고, 또 국민의 헌법상의 기본권 행사로서 제출한 청원에 대해서도 가부간에 결론을 지어놓고 제7대 국회의 막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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