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구 지하철 참사] 부상자들 "살려달라 절규 생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학원에 보내지만 않았더라면…. "

"택시를 태워 보냈더라면…. "

대구지하철 참사를 겪은 당사자와 유가족들이 후회와 죄책감 등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상황이 너무 심각해 그들의 고통과 후유증 역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 졸업식장에 가는 딸에게 '늦지 않으려면 지하철을 타고 가라'고 당부했던 한 아버지는 "자식을 죽인 애비가 무슨 낯으로 살겠느냐"며 죄의식에 몸부림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부상자들도 고통받기는 마찬가지다.

사고가 난 지 9일이 지났지만 "살려달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귓전을 맴돌고,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승객들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기 때문이다.

영남대병원에 입원 중인 孫모(43)씨는 "아직도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며 "대화가 잘 안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구지하철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시민회관 2층에서도 영남대 심리학과 전종국 교수 등 심리상담 전문가 3~4명이 유가족 등을 상대로 상담을 하고 있다.

전교수는 "희생자의 친척.친구 등 2차 피해자들은 상담 이후 곧바로 안정을 찾지만, 당사자와 유가족들은 충격과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큰 사고를 당한 당사자들은 보통 5단계의 심리변화를 거친다.

처음엔 "절대 그럴 리 없다"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죽여 버릴 거야"라며 불특정 대상에게 분노를 터뜨린다는 설명이다. 그 다음엔 "살아 있기만 한다면"하고 희망을 갖고 있다가 "이제 어떻게 사나"를 걱정하며 우울증에 빠진다.

이런 고통스런 과정을 거친 뒤 "그래도 꿋꿋이 살아야지"라며 현실을 수용하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심리상담 단체인 카운피아의 김옥숙 상담전문가도 "울분과 슬픔은 억누를수록 죄의식과 슬픔, 후유증이 오래 간다"며 "유가족이 슬픔을 토로하고 울분을 토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족 등 피해자들은 시민회관 2층 상담실을 직접 찾거나 심리상담 전문 인터넷사이트(www.counpia.com)에 접속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053-654-6636.

특별취재팀
취재=허상천.송의호.정기환.정용백.홍권삼.황선윤 기자
사진=송봉근.조문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