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햄·두부·곰탕 … GPS 단 가공식품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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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 24일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대상 청정원의 천일염 ‘신안섬보배’ 포장지에 붙은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누가 언제 어디서 생산한 천일염인지를 확인해보고 있다. [사진 대상]

주부 조수경(36·서울 반포동)씨는 지난 16일 한 대형마트에서 소금을 사면서 봉투 겉면에 찍힌 QR(Quick Response)코드에 스마트폰을 갖다 댔다. QR코드가 잡히자 ‘전남 신안군 도초면의 한발지구 염전에서 김진운씨가 5월 23일 생산’이라는 내용이 떴다. 조씨는 “생산자 이름과 생산된 날짜까지 사기 전 확인할 수 있어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가공식품 업체들이 ‘생산자 이력 시스템’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상품의 생산, 유통 경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위치추적시스템(GPS)’이 가공식품에도 부착되는 셈이다.

 특정 제품을 누가, 언제, 어떻게 생산했는지를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게 해주는 생산자 이력 시스템은 그간 농산물·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수산물에서만 주로 채택해왔다. 방사선에 노출된 일본 식재료, 그리고 저품질 중국산 식재료 등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식품업체들이 생산자이력 시스템 도입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는 것이다. 여러 재료를 섞은 가공식품보다는 단일 재료의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원재료 추적이 쉬운 식품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천일염 브랜드 ‘신안섬보배’에 국내 천일염으로는 처음으로 염전이력제를 지난 7월 중순부터 도입했다. 맛소금·구운소금·건강소금 등 7개 제품군에 적용됐다. 각 제품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조회하면 누가 언제 어디서 천일염을 만들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청정원 홍각기 과장은 “소금을 살 때 소비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포대갈이’로 원산지를 바꾸는 것”이라며 “고객상담센터에 이런 걱정과 문의가 많이 들어와 소비자 신뢰를 높여야겠다는 판단에 이력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신안섬보배’의 경우 신안군 염주(염전을 보유·생산하는 농민)들과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스템 구축이 쉬웠다는 설명이다. 대상 측은 소비자 반응이 좋아 한 달 평균 3억원 수준인 신안섬 보배 매출을 하반기엔 2배 정도 증가한 6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청정원은 이에 앞서 지난3월 출시한 간편식 ‘제대로 따져 만든 탕 한우사골진국’도 어느 곳에서 누가 기른 한우로 만든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햄은 프리미엄햄 ‘의성마늘포크’에 생산이력시스템을 적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햄 제품에 부여된 번호를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햄의 원료가 생산된 농장과 사육과정, 가공단계 등 유통 이전까지의 이력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롯데햄은 소비자 반응이 좋자 이 시스템을 또 다른 고급햄 ‘포크웰의 삼겹’에도 확대했다.

 2009년부터 정관장의 대표 제품인 홍삼정플러스를 비롯, 홍삼톤골드·홍삼정차·홍삼타브렛 등 11개 주력 제품에 생산자이력제를 적용한 한국인삼공사는 소비자 호응이 좋아 추가로 11개 제품에 이를 확대키로 했다. 한국인삼공사 관계자는 “소비자 신뢰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이를 앞으로 더욱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풀무원도 자사 제품의 산지와 제조 및 배송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생산이력 정보사이트를 따로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풀무원의 두부와 콩나물 등을 산 뒤 용기의 바코드 마지막 숫자 5자리를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제품에 쓰인 재료의 품종, 수매 일자 정보와 유통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한우전문쇼핑몰 다하누몰도 한우뿐 아니라 파우치 형태로 파는 가공식품인 곰탕에 생산자 이력제를 적용했다.

 다하누몰에 들어가 곰탕 구매를 클릭하면 개별 곰탕 원료를 생산한 한우 농가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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